매일신문

[위기의 대구 시내버스] <상> 간선노선의 끝 모를 하락

하양까지 가던 518번, 안심역서 멈추자 승객들이 외면했다
도시철도 경쟁, 자가용 급증 등과 더불어 노선 조정 실패 영향도
버스 업계 "도시철도 위주 정책이 부진 이유"

10일 오후 동대구역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0일 오후 동대구역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도심을 운행중인 시내버스가 탑승객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시내버스가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2015년 노선 개편 이후 승객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16년 요금 인상과 2020년 코로나19까지 겹쳐 시민들의 외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위기는 전체 이용 승객의 76%를 차지하는 간선노선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간선노선은 도시철도와의 경쟁, 자가용 급증 등으로 다른 노선에 비해 승객 감소 폭이 유독 컸다. 이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이전과 같이 승객 수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기 노선 518번도 한산한 편

대구에서 518번 버스를 운행하는 권순천 씨는 5년 새 버스 승객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했다. 기점에서 종점까지 운행하며 그가 실어나른 승객은 500여 명 수준. 대구 전체 버스노선 중 승객 수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노선 치고는 적은 숫자다.

10일 오후 518번 버스를 타봤다. 동촌유원지 근처에서 탑승해 대구 서부정류장까지 28개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버스에 탄 승객은 약 150명. 도심으로 향하는 시민 뿐만 아니라 경산 소재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 성서산단 근로자의 통학·통근 수요가 많은 인기 노선임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전체 좌석의 절반 정도만 차 있을 정도였고, 가끔 하굣길에 오른 중학생들이 몰린 것을 제외하면 한산한 편이었다

권 씨는 "518번 버스는 고정 손님이 많은 노선이다. 2년 전만 해도 한 통(기점에서 종점까지 버스 한 대를 끝까지 운행)을 하면 700~800명은 탔는데 많이 줄었다"며 "다른 비인기 노선은 승객이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도심을 운행중인 시내버스가 탑승객들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간선노선 부진에 전체 시내버스 휘청

권 씨가 운행하는 518번 버스는 시내버스 노선조정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대구시는 2019년 5월 성서산업단지에서 경북 경산 하양까지 가던 노선을 동구 안심지역까지로 잘랐다. 나머지 구간은 518-1번 노선을 신설해 메웠다. 운행 구간이 줄어든 518번 승객은 지난해 기준 255만5천462명으로 전년 대비 36.5% 줄었다. 대구 간선노선 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새로 생긴 518-1번 노선이 기존 수요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한 점도 문제다. 518-1번 노선은 지난해 기준 11만5천672명 이용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60.3% 줄었다. 주말 운행이 없는 '출근맞춤버스'를 제외하면, 전체 간선노선 중 가장 적은 수다. 518번과 518-1번 승객을 합치더라도 승객 감소 폭은 크다.

시내버스 부진은 이용 승객 비중이 가장 큰 간선노선의 침체가 원인이다. 지난해 간선노선 이용 승객은 1억2천274만349명으로 전년 대비 42.8% 줄어 전체 평균보다 감소 폭이 컸다. 나머지 지선, 급행 노선이 선방했음에도 전체 이용 승객의 76%를 차지하는 간선노선 부진으로 전체 시내버스가 내리막을 걸은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비대면 강의가 확산하며 승객이 줄었다고 볼 수 있지만, 위기 조짐은 이전부터 보였다. 간선노선 이용 승객은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한 2015년 이후 5년 연속 감소 추세였다. 전년 대비 감소 폭이 2016년은 10.1%나 됐고,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4.4%, -3.6% 등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버스업계 "도시철도 위주 정책 문제"

대구 시내버스 업계는 이용 승객 감소 원인으로 배차 간격 증가를 꼽는다. 길어진 버스 대기시간에 지쳐 도시철도나 택시를 선택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평균 15.5분이었던 시내버스 배차 간격은 지난해 16.4분으로 늘었다.

김현곤 신흥버스 이사는 "518번 노선을 예로 들면 5년 새 배차 간격이 2분 이상 늘었다. 버스를 막 놓친 사람들은 배차 간격이 길면 택시를 타버리거나 도시철도로 간다"며 "버스 증차 등 배차 간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노선조정 실패가 간선노선 부진 원인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시철도 위주의 정책에 기존 버스노선이 수정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배차 간격도 늘게 됐다는 것이다.

남운환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전무는 "2015년 노선 조정 이후 도시철도 2호선과 겹치는 노선 상당수가 교통수요가 적은 곳을 지나도록 바뀌었다. 수익성이 높던 달구벌대로 노선이 줄어 시내버스의 피해가 크다"며 "대구시가 전체 대중교통 이용 승객을 기준으로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택시 수요를 각각 분석해 노선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증차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휴지 상태의 시내버스 30대라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당장은 노선 조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노선은 2015년 한차례 조정한 만큼 지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올해는 시내버스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2023년 대구권 광역철도가 개통되고 나면 교통 수요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시내버스 노선 조정이 있다면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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