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다민족 자주사관으로 쓴 大한국사

예·선·숙 大한국사 고대·중세편/ 박진용 지음/ 아이컴 펴냄

동국 역사공동체 예맥·선비·숙신
동국 역사공동체 예맥·선비·숙신

한국사 고대·중세를 흥미롭게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믿음에서 벗어나 한국 고대·중세사의 주체와 공간을 예맥·선비·숙신의 동이 3족 대한국사로 확장시켰다. 저자는 "광복 70년이 넘도록 한국사 정립에 실패한 주류 역사학계를 대신해 한국사의 정상적 모습을 재구성해봤다"고 했다.

한국사는 고대사, 중세사, 근세사, 근대사, 현대사의 5단계 층위로 구성돼 있다. 이들 역사 층위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단일체적 관계에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중국의 압력과 문화적 종속으로 인해 역사의 주체와 공간이 예맥과 한반도로 최소화됐다는 게 저자의 얘기다. 여기에 일제 식민사관의 역사 축소공작이 보태져 지금까지 옹색하고 비루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예맥·선비·숙신의 동이 3족은 공간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역사 공동체의 길을 걸어왔다. 고조선의 본류인 예맥은 부여, 삼국, 발해, 고려의 맥을 이으며 선비·숙신의 성장을 도왔다. 동이 3족의 구심점이 됐던 부여와 고구려제국에 이어 숙신(말갈)과 연합해 발해제국을 건설했다. 선비는 5연, 북위제국, 거란(요)제국을 세워 중원(中原)의 패자가 됐다. 고조선의 후예를 자처한 거란은 팔조법(八條法) 관습과 전통을 지켜왔다. 숙신은 읍루, 물길, 말갈, 여진, 만주족의 계보를 이으며 금, 청나라를 세웠다. 여진의 '금사(金史)'는 그 시조 함보(函普)가 고려에서 왔다고 했으며 청의 건륭제는 '만주원류고'에서 금, 청의 시조가 신라계라고 했다.

중국과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를 과장하기 위해 늘 한국을 희생물로 삼아왔다. 중화사관과 식민사관의 실체가 그런 것이다. 중화인공은 1990년대 이후 역사공정을 통해 한국사를 한반도 내부로 가둬버리기 위해 사실의 왜곡뿐 아니라 조작까지도 불사했다. 발해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보거나 만리장성이 평양에서 시작됐다는 등의 비역사적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배 이데올로기인 일제 식민사관(황국사관)은 낙랑 평양설을 조작하고 임나일본부가 삼국을 식민지로 지배했다는 허구적 주장을 통용시켰다.

저자는 역사인식의 틀을 바꾸기 위해 한국사 현대화 작업에 나섰고, 그 첫 걸음으로 예맥·선비·숙신의 동이 3족으로 한국사의 지평을 넓혔다. 이를 통해 수천 년 소한국사의 족쇄를 풀고 선진 대한민국에 걸맞은 대한국사로 나아간다.

중국 길림성 집안의 국내성 인근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
중국 길림성 집안의 국내성 인근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

저자가 고대·중세사에서 가장 먼저 부딪친 난관은 역사의 주체와 공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였다. 중화인공은 자국 영토 안에서 일어난 역사는 모두 자국사라는 공간 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5호 시대(304~439) 이후 누적 1천년 세월 동안 이민족의 지배를 받아온 중국(한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민족을 부정할 경우 다민족국가인 중화인공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수천 년간 이어진 중화주의를 포기한 것이다. 이에 1990년대 이후 여러 형태의 역사공정을 추진하며 과거 오랑캐로 멸시했던 주변 이민족들을 자신들의 역사 주체와 공간으로 끌어들였다.

반면 우리 역사학계의 경우 역사의 주체를 한민족으로 국한하고 공간 역시 한민족의 활동무대로 좁혀 놓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과거 중국이라는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던 현실, 거기에 더불어 우리 스스로 중화질서를 맹종한 전래의 역사관을 답습한 결과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반도를 포함한 중국 땅의 역사는 종족적, 문화적, 지리적으로 서국, 북국, 중국, 동국의 네 구획으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린다. 이는 역사 계승자의 존재로서도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서국의 계승자는 티베트, 위구르이고, 북국은 몽골, 중국은 중화인공과 대만, 동국은 한국이다. 이 중 서국은 분리 독립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어 역사 구획이 미결인 상태다.

장수왕릉으로 추정되는 중국 길림성 집안의 장군총 외관과 현실
장수왕릉으로 추정되는 중국 길림성 집안의 장군총 외관과 현실

또 하나, 우리의 역사 즉 동국사의 주체와 공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도 풀어야 했다. 저자는 사서들의 기록을 종합해 동국사의 공간을 중국 땅 난하(灤河)~내몽골~외몽골로 이어지는 선의 동쪽 지역으로 설정했다. 동국사의 주체는 이곳을 삶의 기반으로 했던 동이 3족, 즉 예맥·선비·숙신과 몽골이다. 동이 3족은 고조선의 후예를 자처할 뿐 아니라 한족과 배타성을 띠는 역사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종족적, 문화적, 지리적 친연성이나 교류의 성격에서 중국사보다 한국사로 편입돼야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결론을 실제 역사에 대입시켜 예맥의 고조선, 부여, 삼국, 발해, 고려, 조선, 그리고 선비·거란의 고조선, (연), 5연, 북위, 거란(요), 숙신의 발해, 여진(금), 만주족(청)이 우리 역사의 직간접 서술 범위에 들게 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352쪽, 2만원

大한국사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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