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장이 정년퇴직 기념으로 자신이 틈틈이 써온 글을 묶어 수필집을 내놨다. 또 교사이자 사진작가로 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진 작품을 엮은 유작집도 함께 발간했다.
허필현(62·사진) 대구반야월초등학교장은 최근 수필집 '옹기 속의 보물'과 고(故) 조송환(1951~2014) 사진작가의 유작집 '정담'(情談)을 펴냈다. 허 교장은 40년째 초등학교 교직에 몸담고 있다.
그는 교직생활과 육아, 살림 등으로 지쳐 있을 때도 늘 책을 가까이 했고 글을 쓰고 싶었다. 인생 선배로 동료 교사였던 남편도 평소에 책을 써보라고 권했다.
"혼자로는 익히기 힘들어 5년 전 '대구수필문예대학'을 찾았어요. 문우들과 함께 글을 쓰고 배우며 즐거움에 빠졌고 작가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는 2016년 수필문예대학을 수료하고 2년 뒤 '수필과 비평' 신인상으로 등단을 했다. 현재 수필문예회원, 수필과비평 작가회의 회원, 경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조송환 씨는 1980년 경북기계공고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해 대구달서공고·대구전자공고 교장을 역임한 후 2014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사진작가로 대구사진대전 대상 등 수많은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다.
이들 부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장기기증에 서명을 했고,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장기는 이미 망가져 쓸 수 없어 각막만 기증했다.
허 교장은 남편의 장기 기증 사연을 김수환 추기경 생가를 순례하면서 옹기들 속에서 꺼낸 성경 구절과 연결해 수필을 썼다. 그 작품이 '옹기 속의 보물'이다. 이 작품은 201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 '생명 존중·사랑 나뭄' 작품 글짓기 공모전에서 대상(추기경상)을 수상했다.
제목 속 '옹기'는 깨끗한 것, 더러운 것 모두 담는 그릇이다. 그 자신도 김 추기경의 삶처럼 바보스럽게 낮고 비천한 사람들 편에서 서서 살아야 되겠다는 다짐이자 각오의 의미다.
허 교장은 이 작품에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가족들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 등 50편의 다양한 수필을 수록했다. 함께 출간한 남편의 유작집은 그가 남긴 서랍 속의 오래된 필름과 USB 파일, 사진전 입상 작품 등에서 140여 점의 사진 작품을 골라내 정리한 것이다.
허 교장은 "수필과 유고집을 함께 출판하려고 준비하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행복했다"면서 "수필 쓰기는 저와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고 삶의 옷깃을 늘 새롭게 여미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칠순이 될 때 두 번째 수필집을 발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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