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차현영 씨 조모 故 김정희 씨

차현영 씨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뒤 할머니 김정희(왼쪽) 씨와 찍은 기념사진. 가족제공.
차현영 씨의 초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뒤 할머니 김정희(왼쪽) 씨와 찍은 기념사진. 가족제공.

그립고 또 그리운 할머니께

할머니 살아계실 때 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이제야 편지로 남겨봅니다.
정말 사랑하고 보고 싶어요. 할머니! 지금도 할머니 생각을 하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요. 그리운 마음과 더 잘해 드리지 못한 후회가 함께 찾아와서 그런 거 같아요.

유복한 집안이셨지만 할아버지께서 술 때문에 가족들 힘들게 하셨죠. 더욱이 40대 젊은 나이로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면서 할머니의 인생이 더 고단해지셨지요. 팍팍한 살림에 자녀 5명을 혼자 키우는 것도 힘드셨을 텐데, 갓 성인이 된 철없던 장남의 이혼까지 더해져 할머니의 삶이 더 힘들어지신 거 같아 지금도 마음이 아픕니다.

장남 부부가 두고 간 아이들, 세 살 오빠와 갓 돌 지난 저까지 거두시느라, 손주 2명을 더해 7명의 자식을 혼자의 몸으로 어찌 키우셨을까요. 그 힘든 삶은 지금 생각해 봐도 상상조차 가질 않습니다.

할머니께서 음식점에서 설거지하시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청소일 하시던 모습, 이불 솜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집에서 직접 바느질하시던 모습도 선합니다. 밤낮없이 일하시느라 참 고생 많으셨어요. 그 무거운 어깨를 더 주물러드리지 못해서, 더 안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저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힘든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는데, 할머니께서는 얼마나 더 힘드셨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옵니다. 저 결혼할 때 엄마를 대신해 혼주석에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보여주셨던 그 따뜻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어요.

고왔던 손이 쭈글쭈글해지고, 고왔던 피부에 주름이 파였었지만 그때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웠어요. 부부가 백년해로하고 잘 살길 바라셨던 할머니의 말씀을 들어드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거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죠?

차현영(오른쪽) 씨와 할머니 김정희(왼쪽) 씨, 오빠의 가족사진. 가족제공.
차현영(오른쪽) 씨와 할머니 김정희(왼쪽) 씨, 오빠의 가족사진. 가족제공.

할머니! 증손녀 태어나고 돌이 채 되기도 전에 갑작스레 주무시다가 돌아가셔서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게 제일 아쉬워요.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그러신 거 같아 더 마음이 아픕니다. 할머니 돌아가시던 날에도 통화했었는데, 미처 찾아뵙지 못한 아쉬움은 지금도 남아있어요.

할머니 돌아가신 해에 태어난 첫 증손녀가 벌써 12살이 되었고, 둘째는 9살이에요. 벌써 11년이 흘렀네요. 혼자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제 선택을 후회하진 않아요. 깜깜한 터널 속에서 두려워하기보다는 세상에 나와 당당히 살아가는 싱글맘이 될 거예요. 할머니께서 홀로 자식들을 잘 키워내신 것처럼 저도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잘 키워낼게요!

항상 그립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제가 하늘로 떠나는 날, 제일 먼저 찾아뵐게요.
그때 꼬옥 안아주세요. 할머니의 따뜻한 품이 그립습니다.

손녀딸이자 막내딸 현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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