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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사시 부활 논쟁에 가려진 로스쿨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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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허현정 기자
사회부 허현정 기자

법조인이 되는 유일한 길이었던 사법시험(이하 사시)은 지난 201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출범해 변호사시험이 사시를 대체하면서다. 사시가 폐지되던 해에 고시생이 주축이 된 시민단체들이 사시 존치를 요구하며 헌법소원까지 냈지만 잇따라 기각 결정이 났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사시가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사시가 폐지됐지만 매번 선거철이면 '사시 부활'을 구호로 내건 후보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3개월여 앞둔 지금 정치권에선 또 사시 부활을 둘러싸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사시 존치를 둘러싸고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 홍준표·안철수 후보는 찬성으로 맞붙은 모습과 겹쳐진다.

사시 부활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최근 법무부는 "각계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으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 등 변호사 단체들은 잇따라 반대 성명을 냈다.

출범 13년 차를 맞은 로스쿨은 그간 숱한 홍역을 치러왔다. 지난 2015년에는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4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가 로스쿨 재학생 등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오탈자(로스쿨 졸업 후 5년이 지나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응시 기간과 횟수를 '5년 내 5회'로 제한한 변호사시험법 관련 조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이 기각되기도 했다.

사시 부활 주장이 매번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현 로스쿨 체제가 지닌 문제점에 많은 이들이 깊이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탈자 문제를 비롯해 시험 낭인, 높은 사교육비 등 로스쿨 체제의 부작용이 과거 사시가 지닌 부작용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각 로스쿨들은 국제법, 부동산 등 다양한 특성화 과정을 내세우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실상은 헌법, 민법, 형법 등 변호사시험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게 로스쿨 재학생들의 설명이다.

사시 부활이 어렵다면 법학 교육을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예비시험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취재 과정에서 한 법학 교수는 "로스쿨 교수들조차 학부에서 법학 교육을 받거나, 적어도 공부가 된 상태에서 오는 학생을 선호한다"며 "일부 예비시험 방식을 도입해 변호사시험으로의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다. 법학부를 유지하는 대학 법학 교수들은 이 같은 방식에 찬성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로스쿨이 지닌 문제점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로스쿨 재학생들과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입는다. 로스쿨 초기 기수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수험생들은 비싼 사교육비를 들여 학업을 이어간다. 분명 예비 법조인이긴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조인 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년 4월 예정된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이 임박하면 로스쿨생들과 변호사 단체는 합격자 수를 둘러싸고 또 맞붙을 것이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부각되겠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린 법무부, 변호사 단체 등 어느 누구도 로스쿨 문제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느 변호사의 "상당수 변호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 해 배출되는 변호사 수다. 사시냐 로스쿨이냐 혹은 방통대 로스쿨이 도입될 것이냐는 그다음 관심사"라는 말이 씁쓸하게 들렸다. 사시 부활 논쟁을 소모적인 정쟁으로 흘려버리지 않고 로스쿨 제도를 점검하는 계기로 전환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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