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인간의 삶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세상을 열었다면, 손을 쓰지 않고도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거나 음성 명령을 통해 인공지능(AI)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AI 안경은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을 디지털 영토로 편입하겠다는 야심 찬 선언이다. 실제로 '메타 안경(Meta Glasses)'을 비롯한 AI 안경은 세계적으로 수백만 대가 팔려 나가며 일상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 혁신의 이면에는 벌써 '변태 안경'이라는 모욕적인 오명이 따른다. 타인의 일상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할 수도 있는 윤리적 허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공포는 감시를 인지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뷰파인더'에 있다. 기존의 불법 촬영 기기는 소지나 은닉 자체로 사회적 지탄과 처벌의 대상이 되는 반면, AI 안경은 '스타일리시한 웨어러블 기기'라는 세련된 가면을 쓰고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최근에도 AI 안경으로 데이트 상대 여성을 몰래 촬영한 뒤 해당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남성이 경찰 수사를 받기도 하고, 토익 시험을 치던 2명이 시험관에게 적발되는 등의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내 옆에 앉은 이가 나를 바라보는 평범한 시선 자체가 언제든 나의 음성과 모습을 무단 수집하는 은밀한 도청기이자 카메라가 되는 위험성을 배제하기 힘든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로 촬영할 때 불빛이나 소리로 촬영 사실을 명확히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그 틈새를 교묘하게 파고든다. 촬영 중임을 알리는 소형 표시등(LED)을 가리는 방법이 온라인에 넘쳐나고, 앞면 표시등에 불이 켜졌는지 볼 수 없게 하는 차단 커버까지 유명 쇼핑몰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 대비해 입법자들과 규제 당국은 이제라도 새 기술의 위험성을 직시(直視)하고 법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AI 안경 등과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확산할수록 촬영 고지와 사전 동의, 불법 촬영물 유포 방지, 표시등 변조 차단 등 '기술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방치된 윤리적 공백을 메우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안전망(安全網)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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