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경찰을 향한 공분(公憤)이 커지고 있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는 13일 법정에서 범행 목적이 성범죄였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보완(補完)수사로 확보된 증거를 확인한 뒤 '강간 등 살인' 혐의를 모두 시인한 것이다. 경찰은 일반 살인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다. 수사 팀이 검토했던 강간 살인 혐의가 경찰 지휘라인에서 배제됐다는 진술까지 나와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장윤기 사건은 경찰의 공신력(公信力)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경찰은 부실 수사와 내부 유착 의혹이 커지자 특별수사단 확대, 수사 쇄신 태스크포스, 내부비리수사대 신설 등 대책을 내놨다. 무너진 신뢰를 조직 몇 개 만든다고 되찾을 수 있을까. 범인의 아버지인 경찰 간부가 증거 인멸에 관여한 정황을 경찰이 아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점은 경찰에 치명적(致命的)이다.
경찰이 밝힌 가족 사건 전수(全數)조사와 내부비리수사대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경찰은 감찰, 사건 문의 금지 제도 등 내부 통제 장치를 갖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다. 기존 제도조차 역할을 못 하는데, 새로운 제도가 비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14만 명이 넘는 경찰 조직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보여 주기 식 대책'이란 비판을 받는 이유다. 검경(檢警)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권한은 커졌지만, 조직 기강은 풀어졌다. 경찰관 징계 건수는 2020년 426건에서 지난해 528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300건을 넘어섰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問責)해야 한다. 여론 무마용 쇄신으로는 공신력을 회복할 수 없다. 정부·여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란 정치적 목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윤기 사건이 주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앞서 경찰 수사를 어떻게 견제·통제할 것인지부터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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