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소설 분야에 응모한 작품들은 지난해에 비해 편수는 다소 적었으나 문장력과 구성력, 무엇보다 상상력의 참신함에서 수준이 높았다. 올해 응모 작가들은 소설의 빈곤이라는 말이 풍문에 불과함을 웅변해주고 있어서 심사자들을 기쁘게 했다.
심사자들은 총 응모작 338편을 직접 예심해 6편을 본심 대상작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이를 꼼꼼히 다시 읽으며 토론을 진행하여 당선작을 선정하였다.
'겨울의 테두리'는 북경의 중국 미술대학 유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예술가 소설로 설정과 배경 묘사가 신선했으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고뇌가 범박하고 평이했다. '매트리스'는 양성애와 동성애 사이의 갈등을 핍진하게 묘사하려 한 시도가 돋보였으나, 특수한 성적 정체성을 통해 보편적인 사랑의 본질을 전달하는 제대로 된 메시지의 구축에 이르지 못했다.
'부진정부작위범'은 개와 사람이 뒤바뀌는 이야기로 발상은 재미있으나 반향과 감동이 없는 전개를 보였다. '펄'은 '커피숍알바'라는 한정된 상황에서 등장인물 네 사람의 관계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훌륭했으나 주제면에서 유의미한 문제의식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마지막에 심사자들은 전신마비로 식물인간의 상태지만 의식이 살아있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멀어져가는 아내와 과거를 묘사한 '모노그램'과 좋지 못한 외모를 타고난 여주인공이 집단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심리를 묘파한 '27번'을 놓고 토론했다.
'모노그램'은 식물인간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낯선 감각으로 독자의 공감을 빚어낸 점이 빛났으나, 의미심장한 설정에 비해 후반부가 너무 평이하고 상식적이었다.
그 결과 심사자들은 자기 풍자에서 사회 풍자로 발전하는, 쉽지 않은 스토리를 안정된 문장으로 끌고 가면서 진한 페이소스를 그려낸 독창성을 높이 평가하여 '27번'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본심의 나머지 다섯 작품을 비롯하여 올해의 응모작들은 매우 수준이 높고 아까운 작품들이 많았음을 밝히면서 응모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