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를 보면 우리는 참을성 많은 웅녀의 자손인 곰 토템 민족임이 분명한데, 한국인이 사랑한 동물은 곰이 아닌 호랑이다. 중국인에게 용이, 인도인에게 코끼리가, 이집트인에게 사자가, 로마인에게 이리가 민족을 상징하는 신성한 동물이듯 우리에게는 호랑이가 바로 그렇다. 당연히 호랑이를 소재로 한 얘기도 많고 공예, 조각, 그림 등 호랑이 미술도 많이 있다.
김홍도의 걸작 '송하맹호도'처럼 맹수 호랑이도 있고 민화의 까치호랑이처럼 친근한 호랑이도 있다. 호랑이 그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자 그림 값과 유통망에 따른 차이가 그렇게 나타났을 뿐, 산군(山君)이자 영수(靈獸)인 호랑이가 그 힘으로 나를 지켜주기를 바란 것은 같다.
민화는 나쁜 것을 막아주고 좋은 일을 불러오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을 바라는 그림이다. 붙여놓고 바라보며 감상과 품평을 하고 집안을 꾸미는 역할도 했지만 액을 막고 복을 비는 것이 이 그림의 목적이다.
목적은 같지만 호랑이 부적이 호신과 호택의 신비스런 주술적 문자인 반면, 까치호랑이 그림은 치레를 겸한 회화작품이 생활공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다른 민속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풍속이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필요에 따라 유행했던 그림이다.
호랑이, 까치, 소나무를 3요소로 하는 까치호랑이 그림을 모두 좋아하지만 이런 조합이 어떻게 탄생하고 왜 반복적으로 그려지게 됐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호랑이다. 호랑이 그림은 원래 새해를 맞이해 붙이는 그림인 세화(歲畵)의 한 종류였다. 새해가 되면 설빔으로 단장하고, 떡국으로 세찬을 먹고, 새로운 한해를 축하하는 세배를 하듯 집안에는 세화를 붙인다. 새 달력을 걸듯 새 그림으로 바꾼 것이다.
세화는 원래는 궁중의 세시풍속이었다. 왕이 화원들에게 미리 그리게 해 두었던 새해맞이 그림을 왕실가족과 주위 신하들에게 하사했던 것이 상행하효(上行下效)로 퍼져, 민간에서도 시장에서 그림을 사서 붙였다.
잡귀도 문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했으므로 중문, 곳간 문, 부엌문, 대문 등 각각의 문에 수호동물인 계견사호(鷄犬獅虎) 그림을 붙였다. 닭은 중문을, 개는 곳간 문을, 사자는 부엌문을, 호랑이는 대문을 지켰다.
언제부턴가 의젓한 호랑이가 까치 두 마리, 늘 푸른 솔 한 그루와 세트를 이룬다. 호랑이, 까치, 소나무는 국민 동물, 국민 새, 국민 나무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우리를 즐겁게 하고, 오래 사랑받는 명작이 까치호랑이 그림에 많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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