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뉴 극찬하는 中누리꾼, 네이선 첸에는 악플 "원숭이쇼…중국 배신·모욕"

미국의 네이선 첸이 10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뒤 성조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네이선 첸(미국)과 하뉴 유즈루(일본)를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극단의 반응을 쏟아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전날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첸은 금메달을 차지했다. 소치,평창 2연패의 일본 피겨 스타 하뉴는 4바퀴 반을 회전하는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하는 대담한 연기를 펼쳤으나 실패하며 4위에 머물렀다.

이후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하뉴는 전폭적인 지지와 극찬의 대상인 반면, 첸에게는 악플이 쏟아졌다. 하뉴의 경기 직후 2시간 동안 웨이보에서는 1위를 포함해 조회수 톱10 안에 든 3개의 해시태그가 모두 하뉴와 관련된 것이었다. 1시간 만에 약 7만 개의 관련 게시물이 쏟아진 1위 해시태그는 하뉴의 쿼드러플 악셀 시도에 관한 것으로, 2시간 만에 조회 수 3억회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첸과 관련해서는 '#미국 스케이터 천웨이 금메달'이 조회수 4위에 올랐다. 미국의 중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첸의 중국 이름이 천웨이다. 해당 해시태그 아래 달린 댓글은 온통 독설 일색이었다고 SCMP는 전했다.

누리꾼들은 '서커스 원숭이의 곡예 같다', '원숭이 쇼 같다' 등 첸을 주로 원숭이에 빗대는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또 첸이 중국 혈통이면서 미국 시민권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중국에 대한 배신·모욕" 등의 댓글도 달았다.

앞서 중국 피겨스케이팅 선수 주이(19) 역시 경기 도중 넘어지자 누리꾼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200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중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주이는 2018년 중국 국가대표 선수 자격을 얻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이후 중국으로 귀화한 뒤 베버리 주에서 주이로 바꿨다. 중국 누리꾼들은 주이에 대해 "형편없다", "망신스럽다", "중국어를 먼저 가르쳐야…" 등 도넘은 악플로 논란이 됐다.

앞서 지난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거에는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중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던 중국계 미국인 스포츠 스타들이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최근에는 '반역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10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서 점프 뒤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자국 혈통의 선수들에게도 악플을 보내는 중국 누리꾼들의 '하뉴 사랑'은 경색된 중일관계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누리꾼들은 하뉴의 일본 국적은 신경 쓰지 않았고 자신들이 하뉴에 대해 열광하는 것은 애국심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하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우리가 애국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한 개인으로서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이지, 그가 속한 나라의 경기를 보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하뉴를 좋아하는 게 애국적이지 않다? 예술에는 경계가 없다"며 "그는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피겨 사상 최초로 새로운 도전을 했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