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진자 대폭 늘자 경북경찰 경감 계급도 '실무자'

1월 1일 기준 경감 정원 608명이나 현원 1천308명…700명 많아
절반 이상이 부서장 못 맡는 실무자 신세…"승진자 타서 배치 제도 없애자" 목소리도

경북경찰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경찰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지역 일선 경찰서의 계장 등 중추역할을 맡는 간부 계급 경감이 보직 없는 실무자로 근무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몇 년간 경감 승진자가 급격히 늘어 정원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보직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13일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현재 경감 현원은 1천308명으로 정원인 608명보다 700명이나 많다. 경감 현원이 정원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얘기다.

2018년 1월 1일 기준 경감 정원 530명에 현원이 516명으로 14명이 부족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2019년 62명 발생한 경감 과원은 2020년 150명, 2021년 384명, 올해 700명으로 한 해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경위에서 경감으로 승진하는 근속 연수가 기존 10년에서 8년으로 줄어든 것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됐다.

경감 과원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경감도 이제 간부가 아니라 실무자'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경감 2명 중 1명은 주요 계장이나 팀장, 지구대장 등 부서장을 맡지 못한 채 실무자로 근무를 해야 하는 탓이다.

이러한 현상은 경감 승진 시 타 경찰서로 전보하는 순환배치 원칙도 흔들고 있다. 경찰은 동일 지역 장기근무로 인한 업무 침체 방지와 활력 있는 근무 분위기를 위해 순환배치 인사 규칙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경찰들은 "어차피 보직 없이 실무자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타서강제 전보는 장거리 출퇴근에 따른 위험, 경제적 손실, 인사 발령에 대한 불안감 등 부작용 낳고 지리감, 연고감 없는 곳에서 다시 복귀할 날만 기다려 업무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경북청 산하 24개 경찰서 직장협의회에서는 지난달 중하순 경감 강제 전보 제도 폐지를 희망하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업무 침체 방지 등을 이유로 경감의 서 간 전보 제도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적잖다.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말 내부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천630명 중 1천82명(41%)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특히 대상자인 경감 응답자의 60%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경감 인력 증가에 따라 순환배치를 두고 내부적으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서 간 전보 예외 허용을 위한 특례 기준을 완화하는 등 접점을 찾고 있다. 앞으로도 적극 소통하며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