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에스지엠(SGM)은 의료용 냉장고·냉동고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제조기업이다. 임명숙 대표는 오랜 기간 매출 부진으로 곤란을 겪던 부산 소재 기계 제조기업의 의료기기 사업장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회는 생각하지도 못한 계기로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의료용 냉장고에 대한 수요가 빠른 속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에스지엠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를 개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다.
-본격적으로 의료용 냉장고·냉동고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원래는 프리랜서 형식으로 국내기업이 만든 의료기기 영업·판매하는 일을 해왔다. 당시 고객사이던 부산의 한 기계 제조기업의 의료기기 사업장이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정리되려던 상황이었다. 2019년 그 사업장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회사를 세웠다.
-인수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실적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본사의 관심에도 멀어지고 기술개발도 거의 진행되지 않던 상태였다. 그러나 내 눈에는 의료용 냉장고 시장이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영업·판매를 도맡은 만큼 사후 관리가 필요한 기존 고객사에 대한 책임감도 크게 작용했다.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을 듯 같은데.
▶내가 에스지엠을 설립하자마자 가장 먼저 신경 쓴 부분이 바로 근무 환경이었다. 장기간 불황을 겪다 보니 사무실과 생산현장이 낙후되고 우중충한 상황이었다. 최대한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애썼고 인테리어도 일부 손봤다. 자신감을 잃은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데도 집중했다.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 신경 쓰면서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에스지엠의 주력인 의료용 냉장고·냉동고에 관해 설명해 달라.
▶혈액을 보관하는 제품과 약품을 보관하는 제품은 각각 특성이 다르다. 혈액 냉장고의 경우 2~6℃의 온도를 유지하는 제품이다. 약품 냉장고는 0~22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의료기기 품질관리 심사(GMP) 인증을 획득한 제품이다. 특히 0.1도까지 세밀한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외부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외에도 제약회사나 실험실에 보급되는 필터형 시약 냉장고·냉동고도 만들고 있다. 나노필터를 사용해 시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가스를 정화하는 제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백신 보관용 냉장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관련한 시도도 있나.
▶지난 2020년 백신 냉장고를 개발해 출시했다. 백신 및 시약을 일정한 온도로 냉장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로, 온도 범위는 0~10°C다. 코로나19 백신과 일반 독감백신 모두 보관 가능한 제품이다. 또한 –60~-80도 정도로 유지해 백신을 장기간 이상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초저온 냉동고도 시장에 내놓았다.
-백신 냉장고·냉동고에 대한 시장 반응은 어떤가?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 기준 2~3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국내 백신 냉장고 시장 규모는 300억원가량으로 그리 크지 않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등 4개국에 수출 실적을 올렸다. 꾸준한 해외영업과 해외 전시회 참여 등 수출길을 넓히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데 겪은 어려움은?
▶여자가 대표가 되니까 기존 생산현장에서 일부 잡음이 있었다. '여자가 현장에 대해 뭘 알겠느냐'는 식의 편견이었다. 한 번 생긴 편견을 깨긴 어렵더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서 우리 회사의 방향성을 세워도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래도 일에 대한 진정성과 열정을 계속 보이니 직원들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창업을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여성의 구매력과 소비 결정권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젠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성 기업인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은 서비스나 식품, 도소매업 등에 집중된 것도 사실이다. 제조업에도 여성 특유의 포용력과 공감 능력이 필요한 분야다. 준비가 충분히 됐다면, 부디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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