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밀림에서도 로마제국 금화(金貨)가 발견된다. 수천 년 전 로마 금화가 전 세계에서 통용됐다는 증거다. 로마제국의 금화는 당대의 '기축통화'였다 해도 틀리지 않다.
기축통화란 국제결제나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기본 통화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기축통화는 늘상 당대 최강국의 통화였다. 지금의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화다. 달러화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79년째 기축통화로서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중에는 유로화와 엔화까지를 기축통화로 쳐주기도 한다. 사실 기축통화는 누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배경' 때문이다. 세계 2위 강국인 중국의 돈, 위안화조차도 기축통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인들의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기축통화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 TV토론회에서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50%) 확대 재정 여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기축통화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경련 보도자료를 참조해 그런 말을 했다는데 참으로 억지춘향이다.
물론 대한민국이 기축통화국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도 없다. 하지만 현실에선 언감생심이고 우리나라는 혹시도 모를 외환위기 걱정 탓에 외환보유고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나라다. 통화 스와프 문제만 매번 순조롭게 잘 풀려도 걱정 없겠다는 금융전문가마저 있다.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겠으나 정치인 이재명은 경제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안다는 생각을 가진 듯하다. 하지만 기축통화라는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깊고 넓은 경제적 지식과 소양을 쌓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정치인이 기사 한 꼭지 읽고 전문가 행세해서는 안 된다. 과신도 무지 못지않게 위험하다. 이 후보 덕분에 국민들이 기축통화에 대해 확실히 공부하게 된 것은 그나마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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