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국내 누적 확진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앞서 대규모 확산을 겪고 바이러스와 공존 단계에 들어간 서구권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유행의 정점을 향하는 중이다.
최근 정부는 3T(Test-Trace-Treat,검사·추적·치료)로 대표되던 K방역이 아닌 고위험군 중심의 방역 정책으로 급선회했다. 확진자 동거인 격리 의무를 해제했고, 많은 논란이 있었던 방역패스도 잠정 중단했다.
이덕희 경북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행 초기부터 개인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19는 공존할 수밖에 없는 바이러스로 무증상자의 유전자증폭(PCR) 선제 검사, 동선 추적 등을 멈추고, 의료 시스템 확충 후 고위험군 중심으로 코로나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염병 대처 방법은 전파 최소화를 목표로 한 '봉쇄전략', 의료 시스템 과부하 방지를 위한 '완화전략'으로 나눌 수 있는데, K방역은 봉쇄전략에 해당하는 정책으로 코로나19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유행 초기에는 봉쇄전략이 중요할 수 있으나,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전파한 후에는 완화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이 연령대에 따라 치명률 차이가 수천 배에 이르는 감염병은 일찍부터 고위험군 중심의 완화전략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부터 동아시아 국가는 다른 지역보다 코로나에 더 큰 저항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무엇인가?
▶동아시아권과 서구권의 유행 패턴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사례가 중요하다. 많은 동아시아권 국가들은 초기부터 봉쇄전략으로 대응했는데, 일본은 완화전략과 유사한 방역 정책을 썼다. 유행 초기 무증상·경증 환자는 PCR 검사를 하지 않았고, 열이 4일 이상 나거나 밀접접촉자에게만 제한적으로 PCR을 실시했다. 코로나19는 무증상·경증이 많고 전파 속도가 빨라서 초기부터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일본이 실시한 항체조사 결과를 보면, 공식 보고된 확진자 수보다 항체 양성자가 수백 배 더 많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특별히 폭증하는 징후가 없었고, 총사망자수도 증가하지 않았다. 단지 검사를 하지 않아서 코로나19 사망자를 놓쳤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한 국가의 총사망자수는 절대로 조작할 수 없는 수치다.
이 사실은 유행 초기인 2020년 4, 5월부터 인지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률은 서구권의 10분의 1정도다. 핵심은 총 인구수와 고령 인구 비율을 고려할 때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률과 초과사망(과거 5년간 평균 총사망률 대비 초과 사망 비율)이 2년간 K방역으로 대응했던 한국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처음부터 고위험군 중심의 완화전략으로 대응했다 하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어떤 이유로 동아시아권의 코로나19 저항력이 서구권보다 더 높다고 보는가?
▶교차면역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교차면역으로 처음부터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교차면역의 개념은 광범위한데, 흔히 과거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코로나19에도 저항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동아시아권은 21세기 들어 발생한 두 차례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진원지로, 다른 지역에 비해 평소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 경험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이유에 있는 게 아니다. 동아시아권이 높은 저항력을 보였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우리나라는 유행 내내 서구권과 비교하면서 K방역이 없으면 유행 초기 이탈리아나 미국 뉴욕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기우에 불과하다. 전형적으로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일이었다.
-델타변이까지는 K방역으로 막고 치명률이 낮아진 오미크론 변이에서 방역을 완화한 것이 성공적이라는 의견은 어떻게 보는가?
▶앞서 설명했듯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것은 K방역 때문이 아니다. 동아시아권은 처음부터 저항력이 높았기 때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고위험군과 의료 시스템 위주의 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사회를 조기에 정상화했어야 했다.
방역이란 결코 공짜 점심이 아니다. 최근 서구권에서 코로나19 전파 억제를 위해 시행한 방역 정책들이 별 효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사회에 엄청난 2차 피해만 가져왔다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광범위한 신체 및 정신 건강, 교육, 경제, 기본권 등을 다 포함한다. 확진자 수 최소화를 목표로 했던 K방역도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를 강제로 확보해 동선 추적까지 했다는 점에서 공포 조장과 기본권 침해가 더욱 심각했다.
-일일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서며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가 없는 한 전혀 동요할 필요가 없다. 아직 확진자 수를 헤아리는 자체가 난센스다. 코로나19는 자연감염이 백신보다 더 견고하고 광범위한 면역을 제공하므로 자연감염 경험자가 많아져야 바이러스와 안전한 공존이 가능해진다. 얼마 전 방역당국이 우리나라는 자연감염 경험자가 적어서 다른 국가들처럼 방역을 풀 수 없다는 발언을 했는데, 2년 동안 방역 만능주의에 매몰돼 있다가 이제야 자연감염의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PCR 검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증상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PCR 검사만으로 감염병을 진단하고 확진자 수를 헤아리는 일 자체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처음 도입된 일이었다. 원래 감염병에서 PCR 검사란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진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기 위해 의사의 판단하에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초극미량의 바이러스 부스러기만 있어도 양성으로 나오는 PCR 검사 결과만이 진단의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공존하는 바이러스로, 지금처럼 선제 검사를 계속하는 한 이 사태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방역당국이 처음에는 백신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가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처음부터 백신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 입장에서 어떻게 보는가?
▶먼저 집단면역의 개념에 대한 많은 오해가 있다. 집단면역이란 인구집단이 가진 면역 수준을 의미하는 단순한 용어로,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이분법적 관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성격을 가진 호흡기계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면역 수준은 끊임없이 변하는 다이내믹한 속성이 있다. 여기에는 백신 접종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반복·경험하고 지나가는 무증상·경증 감염이 핵심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 가을 일본의 확진자 수 급감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한 사회에서 자연감염을 경험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충분해지면 일시적 집단면역에 이르면서 확진자 수가 급감하게 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한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급감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자연 감염자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에 부정적이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마스크를 강제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 방역조치들의 효과가 과장돼 있지만 마스크도 예외가 아니다. 마스크의 경우 '특정 장소에서 하는 단기간 마스크 착용'과 '일상생활에서 하는 장기간 마스크 착용'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 없는 마스크 착용은 후자의 경우로,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스크 오염과 부적절한 사용으로 감염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다.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바이러스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데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인플루엔자 팬데믹 시 시행된 다수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결과, 병원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의 장기간 마스크 착용은 바이러스 전파를 의미 있게 막지 못했음이 반복적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코로나19 유행 시에도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특히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의 마스크 의무화는 '소탐대실'의 대표적 사례다. 미생물과의 끝없는 상호작용은 이들의 면역계 성장과 발달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곰팡이 등이 있고, 이들은 끊임없이 호흡기에 존재하는 세포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면역 시스템을 훈련시킨다. 장기간 마스크 착용은 이를 방해한다.
또한 얼굴을 통한 비언어적 소통은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진화를 가능하게 해준 주요 수단으로, 얼굴을 인식하고 감정을 읽는 훈련은 두뇌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간 마스크 착용이 영유아나 어린이들의 언어,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추론 가능하다. 마스크란 증상이 있는 환자, 혹은 감염돼선 안 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지,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사망의 대부분은 고령의 기저질환자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매년 독감 사망자 수가 2천~3천 명, 폐렴 사망자 수가 2만~3만 명에 이르는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면 평소 독감이나 폐렴으로 사망하는 고령자들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이는 사망률 치환 현상의 일종이다. 노마스크, 노락다운으로 대응했던 스웨덴의 경우 2년 동안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7천 명에 이르렀는데, 2020년과 2021년 총사망률이 예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사망률 치환 현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에 대해서도 저위험군의 경우 선택의 문제라고 계속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를 논할 때 '감염·전파 예방 효과'와 '중증·사망 예방 효과'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비교적 장기간 유지되는 '중증·사망 예방 효과'와 달리, '감염·전파 예방 효과'는 백신 접종 초기 몇 개월 동안만 보이고 급속히 소실된다는 점은 지난해 여름부터 보고됐다. 오미크론 변이에서는 그 효과가 더욱 낮아졌다.
백신이 감염·전파를 막을 수 없다면 더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백신 접종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중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과 원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할 목적으로 접종하면 된다. 치명률 0%에 수렴하는 저위험군이 단순히 일상생활을 위해 백신을 접종하도록 만든 방역패스와 같은 정책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백신 접종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백신 부작용 중 하나로 생리 이상이 흔하게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백신이 어떠한 기전을 통해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성분은 극소량이라도 장기간 체내에 잔류할 수 있다면 일시적 부작용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대처 방안은?
▶저위험군은 감기, 독감처럼 대우하면 된다. 그간 독감이 유행한다고 PCR 선제 검사를 하고, 국가가 강제로 격리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사람들은 검사할 필요도 없고 먹거리, 운동, 햇빛, 숙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에 집중하면서 평소처럼 사는 것이 최선이다. 증상이 있으면 집에서 쉬고, 필요하면 독감처럼 근처 병의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반면 고위험군은 감염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할 필요가 있으며, 의료시스템의 과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 더 이상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에서 PCR 검사가 양성으로 나왔다고 해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훨씬 일찍부터 이런 투 트랙 전략이 필요했다고 본다. 코로나19와 같은 특성을 가진 감염병을 두고 K방역처럼 무조건적인 확진자 수 최소화 전략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특히 동아시아권과 같이 저항력이 높은 지역이라면 전체 사회의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당연히 투트랙 전략이 고려되었어야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