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빼돌려도, 현장 안전 위협하는 설비 납품해도, 심지어 실형까지 받아도 포스코에서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포스코가 납품비리로 실형을 받은 업체를 내부 규정까지 어겨가며 다시 일을 주거나 가벼운 징계로 업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례가 매일신문 취재에서 확인돼 파장이 예고된다.
'포스코 공급사 제재심의위원회 운영기준'에 따르면 정당하지 못한 공급사로부터 물품을 구매해 시정권고를 받은 후 이를 불이행한 경우와 100만원 내외의 금품·금전·향응을 받으면 1~5년간 포스코와 계약이 불가능하다. 특히 고의로 품질이 낮은 자재를 납품하거나 수량을 속이는 등 현장안전을 위협하는 부정당 행위를 하면 최하 2년은 포스코와 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최근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포항제철소에 납품해 수십억원을 챙겨 업체 대표가 실형을 받았지만 가벼운 제재만 하며 내년부터 다시 일할 기회를 줬다.
이 업체 대표는 2016~2019년 647회에 걸쳐 허위검사보고서를 이용해 포스코에 물품을 납품한 뒤 대금 66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제품은 냉·열연 공정 등에 사용되는 운반용 롤러로 안전과 직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규정대로라면 해당 업체에 대해 영구정지 혹은 최하 2년 이상의 제재를 가해야 하지만 계약불이행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를 적용하며 1년(3월2일~내년 3월1일)만 일을 못하도록 했다.
더욱이 재판에서 밝혀진 제품 검사보고서 위조·납품 사실은 뭉개고, 제 때 물품을 납품하지 않았다는 계약불이행을 따져 징벌 수위를 한껏 낮추면서 '봐주기'논란까지 일고 있다.
앞서서도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납품 비리(매일신문 2020년 10월 20일 보도)에 연루돼 제철소 직원 1명과 납품업체 대표, 간부 등 3명이 구속됐지만 해당 납품업체와 계약을 한동안 유지하며 결탁의혹을 샀다. 다른 업체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자 마지못해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이도 잠시, 포스코는 해당업체가 대표명의를 바꾸자 제철소에서 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현재도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른 업체에 대해서는 포스코의 제재 규정은 상당히 날카롭다.
입찰가를 상의한 포항과 광양 업체들은 각각 3년과 4년6개월의 입찰참가 제한을 받았고, 포항의 한 업체도 포스코 임원에게 발주를 청탁한 것이 들켜 9개월간 일터를 떠나야 했다.
이처럼 매년 포스코는 문제를 일으킨 공급사에 경고, 입찰참가 제한, 소싱그룹 취소 등 수십 건의 제재를 내릴 정도로 엄격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 특정업체에게는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물품을 납품한데다 향응까지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업체들이 다시 포스코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상식 밖의 일"이라며 "내부규정을 어겨가며까지 봐주는 배경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현장이 너무 커 대표자가 명의를 바꿔 들어오면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 더 꼼꼼히 살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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