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화려한 삶을 손쉽게 엿볼 수 있는 시대, 장기하는 '부럽지가 않어'로 전혀 부럽지가 않으니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하라고 노래한다. 담담한 목소리로 읊조리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극과 극은 통하는 법. 진심으로 부럽다고 말하는 어느 시인의 모습도 마음속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돌머리는/ 머리가 돌 같아서/ 부럽다./ 나는 머리를 많이 *쪄서/ 돌머리가 부럽다. (*찧어서)(전희찬, '돌머리' 전문, 150쪽)
어린이 시집 '돌머리가 부럽다'는 전북 군산 서해초등학교 5학년 6반 아이들 25명이 한 해 동안 송숙 선생님과 함께하며 쓴 시를 모아 엮은 책이다. 송숙 선생님이 푸른솔초등학교 2~4학년 학생들과 함께 출간한 '감꽃을 먹었다'(2021), '호박꽃오리'(2019), '분꽃 귀걸이'(2018)에 이은 네 번째 어린이 시집이자 서해초등학교에서의 첫 시집이다.
쑥국 선생님이라 불리길 좋아하는 송숙 선생님은 아이들을, 자연을, 시를 사랑한다. 자연스럽게 학교에 화단을 만들고 아이들과 흙을 만지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가지와 오이, 참깨, 벼를 심어 가꾸고 맛보며 사계절을 함께한 경험은 아이들의 시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화단을 찾아온 온갖 곤충과 지렁이, 올챙이를 관찰하고, 만지고, 놀고, 그들과 살아가는 모습이 생생하다.
아이들은 몸소 세상의 모든 게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들의 시선 앞에선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변한다. 우드득 우드득 삼겹살 뼈 씹는 소리가 나게 아빠 어깨를 안마하고, 동생과 아옹다옹하는 일상도 시가 된다. 가족과 친구를 보는 다양한 시선은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같은 시제를 두고도 완전히 다른 느낌의 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돌머리도 부러워할 줄 아는 아이들의 시는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하면서도 그 순간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솔직한 문장으로 빼곡하다. 세상을 배워 나가는 어린 시인들이 썼기에 맞춤법을 틀리기도 하고, 전라도 사투리나 이모티콘도 쓴다. 그런 틀에서 벗어난 엉뚱함과 자유분방함에 꾹꾹 눌러 그린 손 그림이 더해져 어린이 시의 맛을 제대로 살린다.
시집을 넘기다 보면 순수한 마음으로 부러워할 줄 알던 때가 떠오른다. 어떤 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어떤 것을 부러워해야 행복해질지 잘 모르겠다면, 이 시집을 읽고 진심으로 돌머리를 부러워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칠지도 모르니 말이다.
박선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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