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대권도전에서 쓴 잔을 마신 지 두 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정치를 재개했다.
이 상임고문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국민의힘은 '방탄용 금배지' 사냥에 나선 것에 불과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에선 여당 대선후보가 정권교체 두 달 만에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인 행보라고 평가하면서 초박빙의 승부로 마무리된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가 이 고문의 조기 정계복귀를 촉진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고문은 8일 6·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고문은 이날 오전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며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이 고문은 "대선 결과의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며 "모든 것을 감내하며 정치인의 숙명인 무한책임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출마 명분을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다. 이 고문은 이날 '책임'이라는 단어를 11번이나 언급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는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아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에 대한 수사를 피하기 위해 국회의원이 가진 불체포특권을 확보하려는 '방탄 출마'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최근 사정당국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고문과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 듯하다"며 "8월 전당대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대응하기 위해 '갑옷'(국회의원직)을 차려 입기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고문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을 선택하는 꼼수를 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도민과 시민의 심판을 피해 아무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은 주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행위이자 정치에 대한 무책임의 극치"라며 "주민의 이익 대신 자기 편 먹여 살리기에 골몰하고,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뒤 도망치는 세력은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지방선거 결과로 이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대선에서 박빙의 차이로 패배한 이 고문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지지의 절반은 민주당 몫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직접 출마를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3월 대선 결과가 큰 표 차이였다면 민주당에서도 새 정부의 이른바 '개업식 효과'를 용인했겠지만 24만여 표 차이로 패한 선거의 후폭풍까지 온전히 감당하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 고문 출마로 최대 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지난 대선 때 받은 표 만큼은 받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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