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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이것은 명백한 ‘출제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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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뉴스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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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뉴스국 부국장

지난 15일 대법원은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과목의 출제 오류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결론냈다. 일부 수험생이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만이다. 해당 문항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총생산량 비교 우열을 묻는 내용이었는데, 기준 시점이 제시되지 않아 논란 끝에 모두 정답 처리됐다.

대법원은 국가의 행위가 배상 책임을 인정할 만큼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국가배상법이 규정한 배상 요건인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사후 조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수능 출제 오류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으로, 지난해 12월에는 수험생들이 낸 소송에서 정답 취소를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왔다. 수능에서 오류로 인해 '복수 정답' 또는 '정답 없음'이 인정된 것은 역대 모두 9건이었다.

'출제 오류'가 꾸준한 것은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경쟁률 속에서도 '부적격' 후보가 넘쳐난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실시 이래 고질적으로 이어져 온 탓에 1994학년도부터 도입된 수능처럼 폐지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지방선거 전국 후보자 가운데 전과가 있는 후보는 36%에 이른다. 가장 많은 '별'을 단 후보는 무려 14건이나 되는데, 음주운전은 물론 사기·횡령 등 죄명 또한 눈감고 봐줄 만한 수준을 넘어선다. 모든 후보가 전과 보유자인 기초단체장 선거구가 27곳이란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물론 이들이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Jean Valjean) 시장처럼 당선 이후 선정(善政)을 베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단독으로 입후보한 무투표 당선자 494명 중 범죄 전력이 있는 후보가 30%(148명)를 차지한 것은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다. 국가 배상을 받진 못하더라도 유권자로선 투표권을 박탈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뿌려지는 선거용 명함들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고(故) 이어령 선생은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명함은 당신의 얼굴이란 말은 진리"라고 썼지만 그 명함들에는 후보다운 '얼굴'이 없다. 정당, 고향, 출신 학교만 보고 뽑아 달라는 것이다.

당선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선 후보 스스로 나 몰라라 하는 명함에서 지역 발전의 희망을 읽어 내기란 불가능하다. 정당들이 후보의 역량 검증에는 관심도 없고, 조직 관리에만 신경 쓴 참담한 결과다. 국민의힘의 기초자격평가(PPAT)는 그야말로 쇼였나?

1년에 1건도 조례안을 발의하지 않은 지방의원 비율이 대구 14.8%, 경북 52.6%(경실련 조사)나 되어도 공천장 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게 풀뿌리 민주주의 30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쯤되면 차라리 제비뽑기를 하는 게 낫다. 선거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는 선거에 최다득표제를 도입한 국가에선 대체로 양당 체제라는 특성이 나타난다고 갈파했다. 소수 정당은 의석을 못 얻어 결국 지지 기반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진영 싸움 탓에 민주주의에 의심을 품게 됐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투표제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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