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범죄도시2’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동석의 주먹질이 더 강해졌다.

몸은 더 우람해졌고, 타격감은 더 생생해졌다. 나쁜 놈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그의 주먹에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다.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가 전편의 액션과 유머로 재무장해 돌아왔다.

1편이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극악한 악당과 대결을 그렸다면, 2편은 동남아로 무대를 넓혔다.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휴가처럼 떠난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형사반장 전일만(최귀화)은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끼고, 그의 뒤에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손석구)이 있음을 알게 된다.

'범죄도시'는 마동석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시리즈다. 그의 매력이 70~80%를 차지한다. 고민이나 갈등이 없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직진한다. 악당을 만나면 직방으로 해결한다. 칼이든, 총이든 그 어떤 무기도 용납이 되지 않는다. 발차기도 없다. 그냥 주먹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외모는 다소 혐오감이 있지만, 알고 보면 귀여운 고슴도치 같다고나 할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주먹이 급기야 마체테라 불리는 베트남 정글도도 평정한다. 해외에 총까지 등장하니 1편 보다 액션이 더 드라마틱해졌다. 특히 주먹의 타격감이 훨씬 세졌다. 1편의 주먹맛에 강력한 사운드까지 입혀졌다. 맞아 떨어지는 악당의 몰골도 더 처참해졌다. 360도 회전해서 떨어지거나, 건너편 벽이나 자동차 위로 떨어지고, 얼굴이 뭉개져버릴 것 같은 느낌까지 받는다. 관객 박수의 타점을 정확히 아는 듯하다.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2편은 영리하게 그 지점들을 찾아간다. 액션에 유머 또한 그렇다. 1편에서 마동석의 '밥'이었던 이수파의 두목 장이수(박지환)가 이번에도 마동석의 손아귀에 놀아나면서 관객의 웃음을 준다.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영어 유머에 "50 대 50? 누가 50이야?"라는 뜬금없는 대사 등도 관객의 박장대소를 끌어낸다. '50 대 50'은 2009년 김윤석 주연의 '거북이 달린다'에 나왔던 유머지만, '범죄도시2'에서도 잘 먹힌다. 베트남에서도 여전히 "진실의 방으로!"가 통한다. 과잉진압이라는 질타를 받으면서도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들의 애환 또한 유머로 잘 버무려 관객을 즐겁게 한다.

영화의 절반이 베트남에서 진행되고, 후반부는 서울에서 결말을 짓는다. 영화 내내 긴장감을 주는 것이 강해상이란 캐릭터다. 1편에서는 장첸(윤계상)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면, 2편은 싸늘한 미소에 사악함이 철철 흐르는 강해상으로 옮겨갔다. 그는 해외여행을 온 한국 관광객을 납치해 돈을 받고는 죽여 버리는 납치살해범이다. 워낙 수법이 잔인해 '15세 이상 관람가'가 맞나 싶을 정도다. 배우 손석구는 기대 이상으로 긴장감을 주며 호연을 펼친다.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1편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688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편에 비해 묘사 수위가 낮아졌나 싶지만, 그렇지가 않다. 영화 시작부터 흉기로 난자하고 신체를 훼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다만 그 장면을 보여주지 않을 뿐이다. 그럼에도 튀는 피와 사운드 때문에 선연한 느낌이 전해진다. 베트남 강해상의 아지트에서 벌어지는 한국 조폭과 강해상의 살벌한 결투는 관객을 오싹하게 만든다.

'범죄도시2'는 18일 개봉에 앞서 지난 주말 특별상영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코로나19의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시점이어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벌써부터 1천만 관객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범죄도시'는 한국 형사영화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리즈다. 2000년대 '공공의 적'의 강철중 형사가 있었지만, '범죄도시'의 마석도 형사는 따뜻한 선량함에 부드러운 유머까지 장착했으니 관객들에게는 훨씬 친근감이 든다.

3편이 6월에 촬영에 들어간다. 3편은 인천을 배경으로 마약 범죄를 소탕하는 마석도 형사와 금천서 강력반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2편에 이어 이상용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이 주연에 기획까지 참여한다. 3편에서는 배우 이준혁이 윤계상, 손석구에 이어 새로운 악당 역을 맡게 된다. 1편의 장점과 좋은 점만 영리하게 포착한 2편을 보면 앞으로 롱런할 소지가 충분한 시리즈가 될 것 같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평론가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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