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을 앞두고 학교 현장에선 학생 스스로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 가운데 올해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선정된 대구 영신고가 있다.
영신고는 학생 개인별 진로 진학에 적합한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이에 부합한 학생 중심의 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실시한 '지식채널 영신, 나를 외치다'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처음 시작한 '지식채널 영신, 나를 외치다'는 학생 강연자가 진로·진학과 관련된 자유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다른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학생 강연자의 강의를 선택해 듣는 프로그램이다.
강연자로 참여하는 학생은 관심 있는 진로 분야에 대한 내용을 강의로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그 분야를 깊이 탐구하게 되고, 희망 전공과 적합한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수강하는 학생 역시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듣는 고교학점제를 미리 맛볼 기회를 얻는다. 교사가 학생 강연자의 멘토가 돼 강의 준비 과정에서 여러 조언을 해주며 사제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효과도 있다.
1학기 프로그램엔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선정된 2학년 29개팀, 3학년 22개팀 등 모두 51개팀이 참여해 지난달 25일 특색 있는 강의를 선보였다. 5교시엔 2학년, 6교시엔 3학년 팀들의 강의가 각 교실에서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나머지 학생들도 마치 대학생처럼 자신이 수강 신청한 강의를 듣기 위해 지정된 교실로 향했다.
수강 신청이 1분 만에 끝났을 정도로 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고, 이에 힘 입어 오는 11월 한 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영신고의 특색 있는 학생강연 프로그램 3개를 소개한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인공지능은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으며, 증강현실·가상현실 기반의 가상세계를 통칭하는 메타버스 역시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5교시 3학년 4반 교실에선 2학년 팀 '라스피'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메타버스 서비스'라는 제목의 강연이 이뤄졌다.
이번 강연에선 메타버스를 분류하는 네 가지 범주 ▷증강현실 ▷라이프로깅(디지털 상에서 일상을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는 기술) ▷거울 세계(실제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가상공간 기술) ▷가상현실 등을 여러 예시로 소개하고 인공지능이 접목된 메타버스가 어떤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지 살폈다. 또 인공지능 편향 문제가 향후 메타버스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청중들과 함께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강연자 2학년 서아림 학생은 "학교에서의 발표는 매번 조건이 있었는데 이번 활동만큼은 강연자로서 내가 원하는 것을 형식과 제한 없이 자유롭게 준비해 청중에게 보여줄 수 있어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 학생들이 바라본 우크라이나 전쟁…그 참혹함에 대하여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발생한 전쟁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1만 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어린 학생들의 가슴에도 전쟁의 참혹성이 새겨지고 있다.
6교시 1학년 7반 교실에선 3학년 팀 '하얀비둘기(PEACE)'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다차원적 영향 탐구' 강연이 이뤄졌다.
전쟁이라는 의미에 맞게 조교 옷을 맞춰 입은 '하얀비둘기' 팀은 러·우 전쟁의 원인과 전쟁이 미친 영향을 정치, 외교, 경제 분야로 나눠 분석했다. 국제연합(UN),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정),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가 어떤 식으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는지 살피고 대응에서 미흡했던 점을 지적했다.
강연을 한 3학년 배준아 학생은 "이번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상적으로만 알고있었던 이 전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갈 수 있었다"며 "평소 경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전쟁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다방면으로 살펴봄으로써 보다 폭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 것 같다"라고 했다.

◆ 드라마 '소년심판'을 중심으로…소년이 해석한 소년법
소년범죄가 심각해지는 만큼 '소년법 폐지 및 개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6교시 1학년 2반 교실에서 3학년 팀 '갓심리'는 '넷플릭스 소년심판: 소년범의 범죄행적을 추적하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진행했다.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로, 소년법 관련 내용을 다루는 법정 드라마다. 강연에선 '소년심판'의 모티브가 된 실제 소년 범죄를 바탕으로 소년법의 존재 이유와 소년범들이 쉽게 교화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 고찰이 이뤄졌다. 또한, 소년법 개정의 필요성과 소년범 교화 프로그램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강연을 진행한 3학년 이선민 학생은 "아무래도 직접 강연을 하는 거라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그런 과정에서 소년법의 존재 가치와 이유에 대해 깊이 탐구하게 됐다"며 "강연자로서 수강자들에게 뜻 깊은 강의였다는 얘기를 들어 너무 뿌듯했고 학생이 하는 강연임에도 경청해준 학우들에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박태운 영신고 교장은 "학생들이 직접 강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요소인 학업역량, 공동체역량 그리고 진로역량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었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변화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우리 학교만의 의미 있는 재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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