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여름 극장가…화제작들 잇따라 개봉

고레에다 첫 한국영화 연출작 '브로커'…송강호·강동원 등 열연
감독상 수상한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변사 사건 수사 로맨틱 스릴러
'마녀2', '한산: 용의 출현',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 개봉 기대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브로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2년 만에 극장이 돌아왔다.

예전처럼 바로 옆자리에 모르는 관객이 앉았다. 옆자리 관객과 팔걸이 다툼(?)을 벌이던 것은 오래된 극장 안 풍경이었다. 거리두기로 옆 자리에 아무도 앉지 않았던 2년. 이제 옆 좌석이 불편하다. 마치 처음인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마음이 간사하기 짝이 없다.

1천만 관객 돌파 영화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마동석, 손석구 주연의 '범죄도시2'가 지난 6일 기준 93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20일만이다. 이번 주말 1천만 관객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코로나19 이전 마지막 1천만 한국영화였던 '기생충'보다 빠른 속도다.

지난 주 개봉한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수 216만 명을 넘겼다. 지난 5월 총 관객이 1천455만 명이었다.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1천684만 명 이후 28개월 만에 최다 기록이다. 이제 극장가는 급속히 원상회복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번 주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브로커'의 개봉과 함께 그동안 관객이 기다리던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하면서 활기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이다. 일본을 벗어나 타국에서 타국의 배우를 기용해 영화를 찍는 계획이다. 첫 번째가 2019년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주연의 프랑스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었다. '브로커'는 그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이다.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등이 열연을 펼친 작품이다.

키울 능력이 없어 신생아를 의탁하는 베이비박스의 아기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송강호)과 보육원 출신의 동수(강동원)는 비가 퍼붓는 어느 날 밤 베이비박스 속의 한 아이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엄마 소영(이지은)이 아기를 찾으러 온다. 아기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려했다는 거짓 변명에 소영은 아기의 새 부모를 찾아 이들과 함께 여정을 떠난다. 그들의 뒤를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형사(이주형)가 쫓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무너지거나 왜곡된 가족을 통해 현대사회를 꼬집는 영화를 주로 연출해 왔다.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2018) 등이 그런 영화들이다. 해체되거나 와해된 가족, 그 속에서 선한 믿음으로 얻게 되는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건져 올렸다. '브로커' 또한 버려진 아이를 매개로 따스한 가족애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치열한 드라마를 원하는 한국 관객에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감상주의적 드라마 작법이 통할 지는 의문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이번 칸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도 이달 29일 개봉 예정이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변사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스릴러이다. 남편을 살해했을지도 모를 용의자 아내에게 이성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 이 작품의 설정이다. 박 감독은 시나리오를 기획하면서 이미 박해일과 탕웨이를 주연배우로 염두하고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해외 수상작들과 함께 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2'가 이달 15일 개봉한다. '마녀2'는 인간 병기로 탄생된 소녀가 비밀 연구소를 탈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이다. 전편의 김다미에 이어 신시아가 가공할 위력으로 자신을 쫓는 세력들과 일전을 치른다.

영화 '마녀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영화 '마녀2'의 한 장면. (주)NEW 제공

7월에도 빅 히트가 예상되는 흥행작들이 포진하고 있다. '명량'(2014)의 김한민 감독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 '한산: 용의 출현'이 7월 말 개봉 예정이다.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대첩을 그린 역사극이다. 전편의 최민식에 이어 박해일이 젊은 이순신 역을 맡았다. 이순신 장군의 필살기인 학익진과 거북선의 해상 전투가 올 여름, 짜릿한 쾌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올해 칸에서 초청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도 올 여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 의심하는 두 안기부 요원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맞닥뜨리면서 펼쳐지는 첩보 액션물이다. 1983년 '아웅산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인 이정재의 연출력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팬데믹 이후 첫 1천만 관객 돌파와 함께 들려오는 화제작들의 개봉 소식에 벌써 극장가는 뜨거워지고 있다.

영화평론가

영화 '헌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헌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