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채롭고 역동적인 숲의 기운…우손갤러리 ‘강경구 개인전’

제12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자 강경구 작가, 대구서 첫 개인전
한지에 먹으로 표현한 숲의 생명력…9월 8일까지

강경구, Forest 2001, Ink on Korean Paper mounted on wood panel, 235x179cm. 우손갤러리 제공
강경구, Forest 2001, Ink on Korean Paper mounted on wood panel, 235x179cm. 우손갤러리 제공

"멈춰서서 천천히, 함께 호흡하며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그렇게 느낀 숲의 생명력을 나만의 리듬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내가 그리고싶은건 실제 숲이 아니라, 내 안에 살아움직이는 숲입니다."

갤러리 가득 퍼지는 묵(墨)향. 커다란 캔버스 속에는 천진난만함과 생동감이 넘치는 다채로운 숲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강경구 작가는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가천대 예술대학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제12회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지금까지 2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 OCI미술관 등 여러 미술기관에 소장돼있다.

그가 대구에서 선보이는 첫 개인전 'DENSITY 숲'이 중구 봉산문화거리 내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숲을 소재로 한 2000년대 작품과 최근작 등 20여 점이 전시됐다.

강경구, Forest 2001, Ink on Korean Paper mounted on wood panel, 147x211cm, 우손갤러리 제공
강경구, Forest 2001, Ink on Korean Paper mounted on wood panel, 147x211cm, 우손갤러리 제공

그가 그린 숲에는 숨은 그림처럼 사람이나 동물들이 등장한다. 숲은 각자의 삶을 살아낸다는 공통점을 지닌 생물들을 모두 품은 곳. 그는 "식물이 움직이지 못할 뿐이지, 동물과 사람처럼 생존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숲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자연스럽게 숲의 구성원으로 들어갈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양화에 뿌리를 둔 그의 그림은 먹의 강약과 번짐 속에 호흡과 흐름이 그대로 담겨있다. "세워서 그리면 먹이 흐르니 큰 한지를 눕혀서 그리는데, 사실 그림에 구성은 없습니다. 내가 느낀 숲의 생명력을 내 호흡, 내 리듬으로 그리는 것 뿐이죠. 그림을 그리다가 세워보면 원근감도 없고 엉뚱할 때도 있지만, 작업을 하며 고스란히 담긴 호흡과 흐름은 분명히 나타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야상곡 시리즈와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 등 그의 최근작들도 감상할 수 있다. 강 작가는 "그림이 점차 단순, 명확해지고 핵심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며 "살아움직이는 그림을 그리고자 계속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은미 우손갤러리 큐레이터는 "어두운 숲은 마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과도 같다. 앞으로 나아가면 뭐가 있을지 모르는, 들어가보지 않고서는 얘기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세계다. 많은 얘기를 담고 있고, 그래서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힘을 가진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설적이게도 그는 숲이 암시하는 불확실함, 불안함 등 부정적 기운을 전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숲은 자연 속 크고 작은 온갖 생명체들이 생기 넘치는 삶의 행진을 함께하는 생명의 근원이다. 그의 작품이 가변적이고 끊임없이 유동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9월 8일까지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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