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당한 임금피크제' 쟁점…法 "'정년연장형 임피', 연령차별 아냐"

KT 전·현직 직원 1천312명, 임금청구 집단소송 1심서 패소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KT 전·현직 직원 1천여 명이 임금피크제 탓에 최대 40%의 임금을 삭감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KT의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삭감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다. 앞서 대법원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이기선 부장판사)는 16일 KT 전·현직 직원 1천31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2건을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KT와 이 회사 노동조합은 2014∼2015년에 걸쳐 이뤄진 단체 협약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했다. 정년을 종전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을 일부 삭감한다는 등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만 56세부터 4년에 걸쳐 매년 연봉의 10∼40%씩 총 100%를 삭감하기로 했다. 정년을 2년 늘리는 대신 1년치 연봉을 덜 받는 취지다.

노동자들은 "노조가 사측과 밀실 합의를 맺었고, 이로 인해 노동자 1인당 10∼40%의 임금이 삭감됐다"며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소송을 내고 삭감된 임금을 달라고 청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정년을 연장한 뒤로 각 노동자가 받는 소득 총액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에서 차별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 전후를 비교해 봐도 결국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 총액은 더 많아진다"며 "원고들은 정년 연장과 분리해 임금피크제를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을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2014년 KT의 영업손실은 7천194억원, 당기순손실은 1조1천419억 원에 이른다"며 "경영 사정을 고려할 때 KT는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에 대응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중단 및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하라' 지난해 6월 제2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노사위) 공공기관위원회가 출범하는 경노사위 사무실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공공기관의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 중단과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노조가 조합원 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사측과 밀실 합의를 했으며 노조위원장이 대표권을 남용해 합의한 만큼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도 주장했으나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노조위원장이 노사 협의 과정에서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은 노조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실제 노조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불법행위가 인정되는 판결이 확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 절차 위반이 있었더라도 위원장이 노조를 대표해 체결한 합의 효력을 대외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확정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리"라고 판단했다.

또 "임금 체계 개편은 사업주뿐 아니라 KT 노조의 의무이기도 하다"며 "당시 KT의 경영 상황, 협약을 체결한 노조위원장이 이후에도 재차 위원장에 선출된 점, 노사가 여섯 차례 노사상생협의회를 열어 임금피크제의 구체적 내용을 협의한 점, 노조가 임금 삭감률을 두고 사측의 양보를 일부 얻어낸 점을 고려하면 노조위원장이 대표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재판은 임금피크제 탓에 부당하게 차별 받은 노동자 권리를 되찾을 수 있느냐는 쟁점의 대규모 소송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26일 대법원은 한 연구기관 퇴직자가 임금피크제에 반발해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확정했다.

당시 원고는 KT 사례와 달리 정년을 유지한 채 임금이 삭감된 경우로,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이라 판단했다.

대법원은 당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노동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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