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학교 조리원 '폐암' 산재 인정 "급식 노동자 80%가 사고 경험"

18년간 조리실무원으로 근무하다 폐암 진단 받은 A씨, 지난 10일 산재 인정 받아
노조, "대구 학교급식노동자 514명 중 80%가 근무 중 사고 경험"
"급식노동자 1인당 식수인원 낮춰야… 배치기준 하향 절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는 21일 오전 10시 대구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암 진단을 받은 대구 급식실 조리원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는 21일 오전 10시 대구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암 진단을 받은 대구 급식실 조리원이 '산재'가 인정됐다는 사실과 함께 학교급식노동자의 산업안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윤정훈 기자

폐암 진단을 받은 대구 지역 학교 급식실 조리원이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학교 급식실 종사자 대부분이 각종 사고를 경험했다는 실태 조사도 나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는 21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암 진단을 받은 대구 급식실 조리원의 산업재해가 인정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학교급식 노동자 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안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구 한 학교 조리실에서 지난 2018년까지 약 18년간 조리실무자로 근무한 A(61) 씨는 2019년 11월 건강검진에서 폐에 이상소견이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정밀진단을 거쳐 2020년 1월 수술을 받았다.

요양 중이던 A씨는 지난해 2월 종격동 림프절(폐암) 전이가 확인돼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까지 받았고, 현재까지도 호흡이 어렵고 입마름 등 증상 있어 경과 관찰을 받고 있다. 이에 A씨는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 대구본부에 산재 신청을 넣어 이달 10일 최종 산재 승인 받았다.

노조에 따르면 대구에서 급식실 종사자가 폐암 산재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정유진 노무사에 따르면, A씨의 1인당 담당 식수인원은 18년 근무 내내 100명 이상이었다. 대형 조리 도구와 큰 솥에서 연기가 발생해도 민원과 위생 때문에 환기를 할 수 없는 등 근무 환경 열악했다.

정 노무사는 "A씨의 1인당 담당 식수인원은 2000~2007년 사이 점심 255명과 저녁 111명이었고 2008~2013년에는 점심 188명과 저녁 212명, 2014~2018년에는 점심 144명과 저녁 141명이었다"며 "환기 시설이 있었지만 조리 설비에 막혀있거나 일부는 노후된 채로 방치돼 있었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밝히며 학비노조는 지난달 6~9일 대구 내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원 등 학교급식 종사자 51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급식실에서 사고를 당한 적 있는지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당한 적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6%에 불과해 전체 응답자의 80%가량이 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짐'이 48%로 가장 많았고 ▷화상(36.8%) ▷끼임(16.9%) ▷베임(14%) ▷골절(12.8%) ▷낙상(4.5%) 등의 순이었다.

정경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부족한 인력으로 고강도 노동을 하다보니 근골격계질환과 산재사고는 일상이 됐고, 튀김·구이 등 조리 중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1명이 담당하는 식수인원을 줄일 수 있도록 전교생 수에 따른 급식 노동자 배치기준을 지금보다 하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구는 세종 다음으로 평균 식수인원이 적어 근무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쁜 편은 아니지만 학교 일부에선 인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올 하반기에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효율적인 인원 배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