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보다 사람 먼저인 '보행자 우선도로'시행됐지만…길 막는다고 '빵빵' 여전

보행자 우선도로 위 운전자 서행 및 주행속도 30km/h 이내 의무
대구 달서구 용산큰시장, 상인2동 먹자골목 등 5곳 우선 지정
경찰 "한 달간 단속보다 홍보 위주로 운영"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용산큰시장. 아스팔트 위에 파랑과 주황색 등으로 칠해진 이 일대는 보행자 우선도로다. 운전자들은 보행자를 만났을 때 서행 및 일시정지 의무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임재환 기자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용산큰시장. 아스팔트 위에 파랑과 주황색 등으로 칠해진 이 일대는 보행자 우선도로다. 운전자들은 보행자를 만났을 때 서행 및 일시정지 의무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임재환 기자

지난 15일 오후 2시쯤 찾은 대구 달서구 용산큰시장. 이 일대 850m 아스팔트 위에는 '보행자 우선도로'임을 알리는 파랑색, 주황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이면도로(폭 5~20m) 가운데 보행자의 통행이 차량 통행에 우선하도록 지정한 도로를 말한다. 예를 들어 보행자가 도로 한 가운데를 걷더라도 차량이 경적을 울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이 도로 중간을 걸어가자 뒤따라오던 택시가 경적을 크게 울렸다. 그에게 보행자 우선도로인 걸 알고 있는지 묻자 "모른다"며 되레 화를 내고 도로를 빠져나갔다.

보행자 통행 안전을 위한 보행자 우선도로가 시행 중이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개정법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과속주행하면서 여전히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7일 대구시와 대구경찰청 등에 따르면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보행자 우선도로가 이달 12일부터 시행됐다.

보행자 우선도로에서 보행자는 통행우선권을 갖는다. 운전자는 보행자를 앞지를 수 없고 서행해야 한다. 보행자를 마주 보고 오는 차량도 일시정지 의무가 생긴다. 또 보행자가 없더라도 모든 차들은 통행속도가 30km 이내로 제한된다. 이를 위반하는 운전자에게는 승용차 기준 4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대구에서 보행자 우선도로는 달서구 용산큰시장을 비롯해 ▷상인2동 먹자골목 ▷두류동 젊음의거리 ▷북구 태전동 대구보건대학 일대 ▷수성구 수성동1가 일대 등 5곳이다. 이들 5곳은 평소 보행량이 많은 곳으로 분류돼 우선 지정됐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 탓에 대다수 운전자가 개정법을 알지 못했다. 14일 밤 시간대 1시간가량 지켜본 두류동 젊음의 거리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보행자 우선도로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있지만, 보행자에게 경적을 울리는 차량들이 많았다.

속도 제한도 지켜지지 않았다. 배달 오토바이들은 시속 30km 이상으로 질주하며 보행자 옆을 아찔하게 지나가기도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A(34) 씨는 "보행자 우선도로가 무엇인지 몰랐다"며 "저녁과 심야에는 주문이 많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주행 속도를 줄이려는 라이더들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은 시행 초기에는 단속보다 홍보 위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한 달은 홍보 기간으로 운영한다"며 "다만 보행자를 놀라게 하거나 사고를 낼 정도의 문제라면 언제든 단속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보행자 우선도로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주택가 및 상가 내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이면도로를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할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각 구·군별 의견을 바탕으로 경찰과 협조해 보행자 우선도로를 늘려갈 것"이라며 "안내표지판 시안은 이미 준비했고, 규격만 정해지면 빠르게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밤 찾은 달서구 두류동 젊음의거리. 보행자 우선도로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보행자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차량 속도제한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임재환 기자
지난 14일 밤 찾은 달서구 두류동 젊음의거리. 보행자 우선도로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지만, 보행자를 향해 경적을 울리고 차량 속도제한을 지키지 않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임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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