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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현대판 사간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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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근무시간 음주가 허용되는 유일한 조선시대 관청이 있었다. 사간원(司諫院)이다. 사간원은 왕에게 상소를 올리는 일을 맡은 기관이다. 요즘으로 치자면 감사원 또는 언론과 같은 기능을 한다 하겠다. 소임이 그렇다 하더라도 권력자가 싫어하는 소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 사간원에 근무 중 음주를 허용한 것은 술 기운을 빌려서라도 용기를 내어 상소를 하라는 배려였다.

사간원 관료들은 강단이 있었다. 왕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권세가를 탄핵했다가 파직당하는 것을 당연히 여겼고 무탈하게 임기를 채우는 것을 오히려 수치스러워했다. 파직은 그들에게 일종의 휴가였으며 관직 경력 또한 단절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사간원은 기득권 이익을 대변하는 관청으로 변질됐다. 사간원의 핵심 보직은 고위직에 승진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자리가 됐고 권세가 인맥들로 채워졌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언로(言路)가 막힌 조직은 항로에서 이탈해도 제 길로 돌아오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의 취임 초반 국정 수행 평가 지지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대다수가 30%대 초반 지지율을 가리킨다.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이라는 가속페달 힘으로 5년 동력을 얻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딱히 초대형 악재도 없는 상황에서 인사 문제, 여당 내홍, 경제위기, 김건희 여사 논란 등으로 가랑비에 옷 젖듯 지지율이 빠지는 것이 더 문제다.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조선 초기 사간원 같은 존재다.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 한다. 사실, 윗사람이 듣기 싫어 하는 소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 오죽했으면 사간원 관료들의 배짱을 술로 키우게 했을까.

리더라면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첫째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아랫사람이 아부를 하는 것이 분명한데 왠지 듣기 싫지 않다고 느낄 때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다변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또 참아야 한다. 그래야만 참모들이 입을 연다. 감언이설은 흘려듣고,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귀인이구나"라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국정 수행 여론조사 결과가 매주 발표된다. 지지율은 기본이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민심을 세세하게 알려 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정식 등록된 여론조사 업체들만 80~90곳에 이른다. 통치자 입장에서는 녹봉 안 줘도 직언을 해 주는 무임금 사간원들이다.

여론 수집의 스펙트럼을 더 넓혔으면 한다. 대통령실 비서진이 만들어 준 기사 스크랩에만 의존하지 말기 바란다. 지면 원본을 읽으면 전해지는 뉘앙스와 느낌이 다를 것이다. 정보 편식을 하면 세상을 올바르게 볼 수 없다. 문재인 정권도 강성 지지층 목소리만 듣고 끌려다니다 실패했다. 반면교사감이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진영의 기사도 챙겨 보길 권한다. 지방신문을 읽어 지방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지지율에 의미가 없다"라고 말해서 안 되는 자리다. 지지율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고 그곳으로부터 국정 동력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정치적 기반이 약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국민 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사간원인 시대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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