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최수안 대표가 엘앤에프 대표이사직을 처음 맡았을 당시, 결혼을 앞둔 한 직원이 장인어른에게 "엘앤에프에 다닌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은 "거기가 어디냐"였다. '마상'(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직원에게 최 대표는 몇 년 안에 엘앤에프를 이름만 대면 다 알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6년이 지나고, 엘앤에프의 인지도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2차전지 양극재 분야에서 대구를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났고, 엘앤에프 주가는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분야가 됐다.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난 1999년 LG에 입사한 최수안 대표는 엘앤에프가 2차전지 양극재 사업을 시작하던 2006년 처음 인연을 맺었고, 2009년 연구소장으로 엘앤에프에 입사했다. 2016년부터 공백기를 제외하고 4년간 엘앤에프를 이끌고 있는 최 대표를 만났다.
-엘앤에프의 기본적인 사업영역과 2차전지에 대해 설명한다면?
▶2차전지는 간단히 얘기해 충·방전이 가능한 전지다. 1차전지가 한 번 쓰고 버리는 배터리라면 2차전지는 여러 번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엘앤에프는 리튬이온 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해 판매한다. 양극재는 리튬이온 전지의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비중이 40% 달하는 가장 중요한 소재다. 용량과 전압을 결정해 배터리 성능을 좌우한다.
-엘앤에프 급성장의 요인은 어디에 있나?
▶엘앤에프는 2005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양극재 관련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면서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최근 전기차 등 관련 산업이 만개하면서 회사가 성장했다. 최근에 인지도가 급격히 높아져 그간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간 엘앤에프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엘앤에프는 지난 2000년 설립됐다. 처음 시작은 액정 표시 장치(LCD)의 백 라이트 유닛 사업이었다. 2005년 본격적으로 2차전지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세계 최초로 니켈 함량이 50% 안팎인 양극재 NCM523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니켈 함량이 더 높은 70%, 90% 양극재도 최초로 개발하면서 기술력에서 선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설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양극재는 스마트폰에도 들어가는데, 대한민국 전 국민이 몸에 양극재를 10g씩은 지니고 있다. 이렇게 관련 분야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서 시설 투자는 필수다. 올해 초에는 성서공단에서 달서구 이곡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생산 중심의 공장과 기획전략 중심의 본사를 분리했다고 보면 된다. 대표를 맡고 호산동의 연구소 레이아웃도 새롭게 했다. 대구국가산단에 3공장 건설도 최근 부지 선정을 끝내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시설 투자의 근본적인 목표는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데 있다.

-지역인재 채용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엘앤에프의 직원들은 대부분 대구지역 인력이다. 월등한 비율이라고 보면 된다. 엘앤에프의 고용 인원은 2~3년 전 500~600명 수준에서 지난해 1천명을 넘었고, 올해는 1천5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3공장이 준공되면 추가로 500~600명이 필요하다. 2025년쯤에는 2천500명에서 3천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구지역 인력을 다 끌어와도 부족한 숫자다. 엘앤에프에서 처음으로 수백 명대 대규모 채용이 일어났던 약 2년 전쯤에는 지역대학 총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인력 채용 협조를 호소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다만 여전히 힘든 부분은 인재가 갈수록 지방에 정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점이다.
-기업의 투자와 연구 개발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기업의 투자나 연구 개발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엘앤에프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연구소 인력이 불과 3명이었다. 그때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30배 이상 늘어 100명이 넘는다. 그래도 연구 인력은 더 필요하다. 차세대, 차차세대 양극재 개발에도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 엘앤에프의 힘은 기술력이기 때문에 연구 개발 분야에서 업계의 선도적인 지위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지역 차부품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대구의 중심산업인 차부품은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급격히 이행하고 있다. 내연기관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 시대의 도래가 위기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기차용 부품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찾는다면, 대구는 차부품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분명히 '턴어라운드'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양극재 분야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은 제한적이다. 왜냐하면 양극재 시장 탄생부터 양극재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그대로 판매가에 반영시키는 방정식이 공고히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판매가에 반영이 된다는 의미다. 고금리나 고물가는 사실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정책자금 등의 도움으로 극복하고 있다. 다만 시설 투자 측면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은 영향이 크다. 최근 설비 투자를 많이 했는데 건축비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간다. 사실 이런 거시경제 지표 변화는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계속 마주쳐야 할 변수다.
-엘앤에프는 복지가 좋기로도 유명하다.
▶유연근무제나 대체근무제가 정착돼 있고, 리조트나 콘도 등 시즌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대구시 고용친화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사내복지는 모두 직원의 행복을 위해서다. 복지는 받는 사람이 만족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한계가 있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다. 회사가 돈을 벌고 성장하는 만큼의 이익은 직원들 것이라는 약속이다.
-본인만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신사업이나 사업개발, 경영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경영은 하면 할수록 모르는 분야도 많고 어려운 것 같다. 문제는 수백, 수천 가지인데 정답은 없는 경우가 많다. 밤늦도록 경영을 고민하는 날도 잦다. 한 가지 이것이 내 기준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직원의 행복'이다. 직원들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본인들의 행복하고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계속해서 고민한다. 나아가면 엘앤에프 직원들뿐만 아니라 가족과 고객, 지역사회까지 행복하게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 성장해 나갈 엘앤에프를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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