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고교 재경총동창회 탐방] (5) 대건고등학교

"양정사(양심·정의·사랑) 교훈 되새기며 반듯하게 사는 게 대건고 출신 인생"
코로나 계기로 산악회 중심 활발한 활동

대건고 교표
대건고 교표

(5) 대건고등학교

개교: 1946년 9월 20일

설립형태: 사립

교훈: 언제나 어디서나 양심과 정의와 사랑에 살자

주요 배출 동문: 성명기 전 이노비즈협회 회장,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 조지호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소재지: 대구시 달서구 월곡로 94길 46

지난 1월 대건고 재경총동창회 청운산우회 회원들이 산행에 나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경총동창회 제공
지난 1월 대건고 재경총동창회 청운산우회 회원들이 산행에 나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재경총동창회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모임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하나둘 산으로 모여들더군요. 요즘 산우회를 중심으로 '대건가족'의 동지애를 공유하며,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지냅니다."

70년을 훌쩍 넘긴 오랜 역사를 가진 게 대구 대건고다. 그곳을 졸업해 서울에 둥지 튼 재경총동창회 동문들은 요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기지를 발휘한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모교가 있던 대구가 홍역을 치르며 애를 먹는 걸 먼 발치서 지켜봤다. 그 근심이 재경 동문끼리 뭉치는 더 애틋한 마음을 갖게했다.

각종 사적모임 씨가 마르는 사이 재경 대건고 출신들은 소모임 '청운산우회'를 통해 만남의 갈증을 풀었다. 야외 활동이 중심인 산우회여서 코로나19 확산 부담이 덜한 게 도움이 됐다.

산우회 총무이자 재경총동창회 조직부장인 오승엽(35회) 씨는 "재경총동창회 전체 밴드에 모여있는 사람 수와, 산우회 활동 사람 수가 거의 비슷하다"며 "산우회 활동이 곧 재경총동창회 활동을 대표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출범한 청운산우회는 정기산행 35회차를 맞으며 성장했다. 많을 땐 80명의 대군이 모임이 참여한다.

이들 대건 동문들에겐 '양정사'란 단어로 대표되는 교훈을 가슴에 품고 누구보다 반듯한 삶을 살아간다는 자부심이 적잖다. 양정사는 '언제나 어디서나 양심과 정의와 사랑에 살자'란 교훈에서 양심·정의·사랑의 앞글자를 따 만든 조어다. 성직자로서 소신을 지키다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생전 삶의 정신을 이어받는 학풍도 반듯한 삶을 향한 원동력이 됐다.

2016년 열린 최초 산악인 의사자 백준호 동문 기념상 제막식 당시 모습. 매일신문 DB
2016년 열린 최초 산악인 의사자 백준호 동문 기념상 제막식 당시 모습. 매일신문 DB

국내 최초 산악인 의사자이자 영화 '히말라야'의 모티브가 된 백준호(35회)를 낳은 것도 대건고였다. 고 백준호 동문은 지난 2004년 5월 18일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원으로 참여해 정상 부근에서 탈진한 동료 고 박무택, 장민 씨를 구조하러 나섰다가 박 대원이 숨을 거둘 때까지 곁을 지킨 인물이다. 그 역시 그들 곁에서 숨을 거뒀다.

대건고 재경총창회 회원들은 그의 생을 다룬 영화 '히말라야'를 단체로 관람하며 숭고한 희생정신을 함께 되새겼다고 한다.

이처럼 양정사 정신을 품은 재경 대건인들은 청운산우회, 기우회(바둑), 골프동문회, 언정회(언론·정치계), 건정회(건설업), 자전거동우회, 강서모임 등 여러 소모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경 대건고 기우회는 매일신문사가 주최한 대구경북 재경중고동문 바둑대회에서 우수한 성정을 거두는 등 실력이 만만치 않다.

2018년 열린 대건고 재경총동창회 신년인사회 모습. 재경총동창회 제공
'대건의 문학' 창간호. 매일신문 DB

대건고 문예반 '태동기' 출신을 중심으로 한 문인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안도현(29회) 시인을 비롯해 이정하(30회), 오석륜(31회) 등 쟁쟁한 시인을 배출했다. 등단 문인만 60여 명에 달한다는 게 동문들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대건의 문학'이란 문예지를 창간시킨 배경이 됐다. 격계간으로 한 해 2번씩 발행하는 게 목표다.

재경 동문들은 신년회, 송년회는 물론이고 매년 10월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총동창회 주관 체육대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한다. 2천여 명이 모교에 모이는 체육대회는 한 해 중 가장 큰 행사로 졸업 30주년을 맞는 동기회가 도맡아 진행한다. 졸업 25주년 동기회가 주최하는 '사은의 밤'을 치른 뒤 5년간 준비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어서 코로나 시국이 풀려 재개되길 바라는 행사이기도 하다.

2018년 열린 대건고 재경총동창회 신년인사회 모습. 재경총동창회 제공

1990년 대건고는 중구 남산동에서 달서구 월성동 현 교사로 이전했다. 남산동시절 대건고는 핸드볼, 야구, 사격 등 여러 엘리트 체육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한다. 오승엽 조직부장은 "당시 학교 체육부 성적이 대단했다. 학교 내 강당에서는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농구 공식경기가 열리기도 했다"며 "문과, 이과 간 체육대결은 마치 현재 대학 라이벌전 같은 분위기도 연출했다"고 했다.

대건고의 오랜 역사 역시 자긍심을 품게하는 요소다. 인천, 논산 등 다른 지역에도 대건고가 있지만 가장 먼저 설립된 만큼 학교 이름에 지역명이 붙지 않는다. 오 씨는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대건고 출신이라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다른 지역 대건고인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졸업 기수를 바로 물어본다. 그러면 동문인지 바로 알 수 있는데, 나이대와 비교해 우리 기수가 훨씬 높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아울러 "같은 재단 여자고등학교가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수학여행도 같이 갔다. 열차 안에서 서로 줄을 긋고는 남여 학생들 간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했던 추억이 아련다"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들면 용인에 있는 '청년김대건신부길'을 재경 동문이 다 함께 걷는 것으로 모임을 재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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