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압연 공장 스톱' 포항제철소 정상화, 최악 1년 이상 걸린다

압연 라인 완전히 물에 잠겨 진흙 제거 후 가동 여부 가늠
급한 대로 광양서 공정 진행…생산 차질 상쇄하기엔 역부족
포항제철소 복구 장기화되면 45개 협력사 경영난 불가피

냉천 범람 등으로 침수된 압연 라인 지하설비에 물이 빠진 후 직원들이 진흙과 뻘을 제거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냉천 범람 등으로 침수된 압연 라인 지하설비에 물이 빠진 후 직원들이 진흙과 뻘을 제거하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어 49년 만에 가동이 중단된 포항제철소의 고로와 파이넥스를 어렵사리 가동시켰으나 열과 압력을 가해 완제품을 만드는 압연 공장이 복구 되지 않아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의 '정상화'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압연 라인 가운데)열연 2공장은 최장 6개월이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지만, 포항제철소 관계자들은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안 될 수도 있다. 6개월의 근거를 모르겠다"고 했다.

압연 라인은 대부분 지하에 있어 태풍이 쏟아낸 비와 인근 냉천의 범람으로 물에 완전히 잠겼다. 15일 현재 이들 시설물의 배수 작업은 진행 중이고(배수율 90%) 물을 다 뺀 다음에도 진흙 제거 작업 등이 이뤄져야 시설가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는 경우에 따라 광양제철소 압연 라인을 뜯어온다는 방침을 검토하며 '정상화' 시기를 올해 말로 예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설비상태가 최악이어서 1년 이상은 소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3일 재가동에 들어간 고로와 일부 제강공정에 이어 남은 압연 라인 복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일부 제강 공장 가동으로 철강반제품(슬라브)을 만들어 급한 대로 광양제철소에서 압연공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생산차질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장에 투입된 한 작업자는 "압연 라인의 경우 설비 전체를 교체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광양제철소에서 압연 설비를 뜯어오는 방안까지 거론되는 등 정상화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할 수 없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협력사 등에도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포항제철소 복구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제품 생산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포항제철소 45개 협력사들 대부분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후공정 마비로 제품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 경영위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협력사 한 직원은 "많은 협력사 사업장의 차량과 자재 등이 침수됐고, 일부는 공장 지반이 쓸려가거나 사업장 자체가 물과 흙으로 뒤덮인 피해를 입었다"면서 "포항제철소 복구에 매달리느라 협력사마다 피해현황을 집계하진 못했지만 상상이상으로 피해가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했다.

포항제철소 협력사는 조업지원이나 운송작업, 기계수리, 전기수리, 자재공급 등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보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포항제철소의 후공정과 연계된 협력사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당장 일감도 없을 뿐더러 설비재정비 등을 고려하면 포항제철소 제품 생산이 완전정상화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냉천 범람 등으로 물이 가득찬 포항제철소 내부. 포스코 제공
냉천 범람 등으로 물이 가득찬 포항제철소 내부. 포스코 제공

협력사 한 대표는 "포항제철소의 상황에 따라 협력사 운영도 정해지기 때문에 일단 포항제철소 정상화에 목을 매고 있다. 정상화 기간이 길어지면 줄도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보다 규모가 절반에 불과한 1열연 공장과 후판 1·2·3 공장 중에서 3후판 공장을 살리는데 매진하고 있다. 냉연 공장은 규모가 워낙 커 하루종일 물을 빼도 침수 문제가 좀체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강판은 포항제철소에만 생산 설비가 있는데, 1·2·3공장 가운데 3공장만 가동하고 있어 제품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를 복구해야 다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며 "협력사 지원방안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지만 수십 년 넘게 이어온 협력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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