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백강의 한국고대사] 21세기 한국의 역사학이 나아갈 방향

역사의식 결여가 한국사회 혼란의 근본 원인
식민사관 계승한 국사교과서 개정해야
조선사편수회 출신 후계자들 주도한 강단사학 혁파해야

촛불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촛불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태극기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태극기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촛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좌파편향성을 보이면서 임기 내내 국가가 편안치 못했다. "싸우자! 이기자!"를 외치며 태극기가 연일 광화문 광장을 메웠다. 최근에 좌에서 우로 리더십의 교체가 있었다. 여기에는 아마도 정권이 교체되어 나라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 담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정권이 교체되었어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복합갈등 속에서 극도의 분열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의 국민소득은 3만5천 달러를 달성하여 경제가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선진강국으로 발돋움했는데, 한국 국민들은 왜 지금 행복하지 않은 것인가. 정권이 좌에서 우로 바뀌었는데도 왜 한국 사회는 여전히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역사의식의 결여와 철학의 빈곤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사교과서는 그 나라 국민의 역사의식을 배양하는 토양이다. 청소년기에 국사교과서를 통해서 주입된 역사인식은 선입관으로 자리잡아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의 국사교과서는 불행히도 일제 식민사관의 유산을 계승해 기술되어 있다.

일본은 강점기 식민통치를 강화하기 위해 수 천 년동안 우리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이 돼왔던 단군을 만들어진 신화로 조작하여 민족정기를 말살했다.

우리민족의 활동무대는 한반도가 아니라 발해유역으로서 산동반도, 요동반도가 모두 우리 조상들의 터전인데, 일본은 북경 유리창에서 구입한 중국 고대 유물을 대동강 토성리에서 발굴한 낙랑유물로 조작해 우리민족의 활동무대를 압록강 안으로 축소시켰다.

광복된 대한민국의 국사교과서가 일제 식민사관의 핵심인 단군조선 신화설, 대동강 낙랑설을 계승하고 있다면 이런 교과서를 가지고 역사를 공부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서 긍지와 자부심이 넘치는 투철한 역사의식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아니겠는가.

모든 병은 원인이 있는데 발병원인을 찾아서 병근을 제거해야 온전한 치유가 가능하다. 오늘 한국사회의 분열과 혼란은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망각한 채 너도나도 근시안적으로 목전의 이익에만 눈이 먼 역사의식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고, 한국인 역사의식 결여는 일제 식민사관을 계승한 국사교과서가 그 원흉이다.

한국사회가 진정 평화로운 사회, 행복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원한다면 대륙은 한번도 진출해본 일이 없고 압록강 안에서 우리 민족끼리 서로 박이 터지게 싸운 것으로 기술되어, 일제의 식민사관이 고스란히 담긴 국사교과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민족이 숭고한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대화합을 이루어 2천 년동안 평화롭게 정권을 유지했던,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군조선의 자랑스러운 역사, 우리 조상들이 발해유역을 발판으로 삼아 대륙을 누빈 발해조선의 웅혼한 역사를 국사교과서에 실어 교육할 때 그것이 오늘 한국사회가 복합갈등의 와중에서 벗어나 화합과 통일로 가는 근본적인 처방이 될 것이다.

광복 직후에는 실증사학이란 미명하에 날조된 식민사관을 깰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다. 이런 와중에서 일제의 유산인 단군조선 신화설과 대동강 낙랑설이 통용되는 설, '통설'(通說)이란 이름으로 한국사학계에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고전서, 홍산문화, 환단고기 등 많은 새로운 자료가 발굴되었다. 이런 자료를 활용한다면 이제는 얼마든지 한국사가 일제의 유산인 통설을 타파하고 정설(正說)을 세울 수가 있다. 광복 80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아직도 식민유산인 통설에 기반해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은 민족적 수치다.

리지린의 고조선연구
리지린의 고조선연구

광복 이후 민족사학이 한국사연구에서 거둔 성과는 괄목할만 하다. 리지린, 윤내현의 민족사학은 대동강 낙랑설을 깨고 한국사를 대륙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심백강의 사고전서 사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조선의 발상지, 한 당시대의 평양, 요수, 요서, 요동, 갈석산, 한무제가 설치한 낙랑군, 만리장성 동쪽 끝 등 그동안 사료가 없어서 풀지 못한 한국사의 난제들을 세계가 공인하는 사고전서를 가지고 하나하나 고증하여 밝혔다.

지금 한국사학은 민족사학의 노력에 의해 역사의 중요한 매듭이 대부분 풀렸다. 다만 언론이 강단사학의 편에 서서 제대로 홍보가 안 되다 보니 대중화가 안 되었을 뿐이다. 한국사학에서 민족사학이 이룬 빛나는 연구성과를 하루빨리 교과서에 반영해야 한다.

100년 전에는 없었던 문헌적 고고학적 새로운 자료를 활용하고 민족사학의 연구성과를 교과서에 반영한다면 한국사는 통설의 시대를 끝내고 정설의 시대를 열수 있을 것이며 민족의 정기, 국혼은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다.

윤내현의 저작들
윤내현의 저작들

일제는 강점기 한국 혼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산하에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하여 한국사를 왜곡 날조하는 작업을 전담케 했다. 이때 조선인으로서 여기 참여한 인물이 이병도와 신석호다. 그런데 광복 후 신석호는 대한민국 초대 국사편찬위원장으로서 한국사학의 기초를 닦았고 이병도는 서울대 사학과 교수, 교육부 장관, 학술원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한국사학의 태두로 군림했다.

오늘날 한국사학은 식민사관을 계승한 이병도, 신석호 제자들에 의해 강단이 장악되어 있기 때문에 중·고교 교과서의 단군조선 신화설, 한사군 한반도설은 시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 대학에서는 고조선 과목은 아예 개설조차 하지 않는다.

조선사편수회 출신 이병도, 신석호에 뿌리를 둔 한국의 강단사학을 혁파하지 않고서 한국사학이 거듭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사회를 막론하고 정통을 수호하려는 보수주의 세력과 그것을 부정하는 진보주의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중국의 경우 전목(錢穆), 호적(胡適) 등은 정통을 애호하는 세력을 대표하고 고힐강(顧詰剛)은 전통을 부정하는 인물의 대표다.

고힐강은 중국 한족의 시조 황제 헌원이 후세에 만들어진 가공적인 인물이라 말했고 심지어 하(夏)나라도 실재한 나라가 아니라 만들어진 나라라고 주장했다. 중국 화하족의 역사를 뿌리째 부정한 것이다. 한국으로 말하면 고힐강은 실증사학에 해당하는 인물인 셈이다.

고힐강은 북경대학 역사학과 교수를 지냈고 민족사학자인 호적 등과 학문적인 교류도 하였다. 그러나 고힐강의 설을 중국학계의 정통으로 용인하진 않았고 어디까지나 일설로 인정될 뿐이었다. 중국역사를 부정하는 고힐강의 설을 역사교과서에 실어 학생들에게 가르치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광복 후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예컨대 고조선이 만들어진 신화라고 주장하는 강단사학이 주류가 되어 그 이론이 교과서에 실린 반면, 실제 역사라고 인정하는 학설은 비주류 소위 말하는 재야사학으로 매도당했다.

21세기를 맞아 중국 공산당은 동북공정을 통해 한국사의 탈취를 시도하는 전무후무한 모험을 하고 있다. 실증사학 운운하며 일제의 식민유산 계승에 충실해 온 강단사학으로는 역사전쟁의 중심에 서있는 한국사학의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안으로 한국사가 바로 서고 밖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중차대한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학을 이끌 주류사학으로 민족 정통사학이 자리매김하고 강단사학은 제2선으로 퇴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민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심백강 역사학 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심백강 역사학 박사·민족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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