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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실 기능 부전 의심케 하는 영빈관 신축 밀실 추진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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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영빈관 앞. 연합뉴스
청와대 영빈관 앞.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내년부터 878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영빈관을 건립하기로 했다가 철회한 소동은 지금 대통령실이 심각한 기능 부전에 빠져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금 그렇게 큰돈을 들여 영빈관을 짓는 게 맞느냐는 시의(時宜)의 문제는 물론이고 추진 과정이 졸속과 불투명으로 일관됐기 때문이다.

전방위 경제위기로 국민의 고통이 말할 수 없이 큰 상황에서 영빈관을 짓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심각한 판단력 마비이다. 외국의 귀빈을 국격에 맞게 접대하려면 영빈관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지금은 아니다.

추진 과정은 더 납득할 수 없다. 영빈관이 필요하다면 건립 계획을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했어야 한다. 그러나 건립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국유재산관리기금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에야 드러났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건립 계획 입안 과정에서 대통령실 내 소수 참모들과 경호처만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라는 점이다. 무려 878억 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지만 공공기관 건물이어서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되는 사업을 밀실에서 주물렀다는 얘기다. 이는 정보를 공유한 이들이 자신들과 친분이 있는 사업자들을 사업에 참여시켜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불필요한 의심까지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의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았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계획을 철회했다. 계획을 모르고 있다가 언론 보도로 알게 돼 철회한 것인가 아니면 사전에 알고도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철회한 것인가. 전자라면 윤 대통령의 대통령실 장악력에 구멍이 있다는 의미이고 후자이면 윤 대통령의 상황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소동으로 겨우 30%대로 회복한 윤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내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무적 판단 능력을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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