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학교] 포항 흥해초…일장기에 태극 4궤 그려 '만세'

나라 위기때마다 극복에 앞장…역사의 질곡 거치면서도 2만명 졸업생 배출
일본인 교장 배척 항일운동…지진 피해 본 교실 개축공사

1963년 4월 4일 포항 흥해초등학교 제55주년을 맞아 제1회 졸업생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흥해초 제공.
1963년 4월 4일 포항 흥해초등학교 제55주년을 맞아 제1회 졸업생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흥해초 제공.

한국에 근대화 교육이 뿌리내리기 시작할 무렵 경북 포항에도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사립학교가 들어섰다.

1908년 4월 4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현판을 내건 '의창 학교'였다. 이 학교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곧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의 암흑기에 휩쓸렸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포항의 항일운동의 중심에서 활약하는가 하면, 해방 이후 신지식 운동을 선도하고, 6.25 전쟁을 거치면서도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서는 일꾼을 숱하게 배출했다.

이 학교는 일제 때 의창공립심상소학교, 의창공립국민학교였다가 광복 후인 1945년 9월 24일 재개교한 뒤 흥해국민학교를 거쳐 1996년 현재의 '흥해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학교는 2008년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면 곧 성공한 사람이니라'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의 문구는 시대의 위기 때마다 앞장섰던 학교 선배들의 모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1950년 대 포항 흥해초등학교에서 가난한 벗 돕기 운동을 하고 있다. 흥해초 제공.
1950년 대 포항 흥해초등학교에서 가난한 벗 돕기 운동을 하고 있다. 흥해초 제공.

일제강점기 이 학교 교사들은 국권 회복을 목적으로 조직된 비밀단체인 조선산직장례계에 가입하는 등 항일 활동을 벌였고, 학생들도 일본 천황에게 침략의 부당성을 적은 항일독립투쟁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 일본인 교장을 배척하는 운동을 벌이는 등 지역의 크고 작은 항일의 중심에 흥해초 선배들이 있었다.

32회 졸업생인 정장섭 씨는 학교 100년사 축사에서 "황국 소년으로 교육받았던 우리는 해방의 그날 일본 국기에 먹으로 태극과 4궤를 그려 만든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일본 신앙의 대상인 '신사'를 때려 부쉈다"며 "기세가 등등했던 일본인들이 그날은 겁을 집어먹고 기가 죽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36회로 졸업한 최상엽 전 법무부 장관은 "일제의 혹독한 전시 통제와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며 참담한 생활을 하다가 우리 교육을 받을 때의 감격과 결의는 충만했지만, 민족의 역량이 취약한 상태에서 대변혁을 맞아 사회적 진통과 혼란이 극심했다"며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학교는 최선을 다해 학생을 가르쳤고, 우리는 열심히 배우며 꿈을 키웠다"고 축사를 통해 소회를 풀었다.

1982년 포항 흥해초등학교에 수영장 건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흥해초 제공.
1982년 포항 흥해초등학교에 수영장 건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흥해초 제공.

이렇게 흥해초가 지역에 뿌리내린 지 114년이 흘렀다. 그동안 흥해서부초와 흥해남산초가 이 학교에서 분리 개교하기도 했다.

이 학교를 졸업한 이들은 지난 1월 8일 제109년 졸업식을 기준으로 총 졸업생 수가 1만8천349명이다. 13학급(일반 12, 특수 1), 유치원 2학급이 편성돼 있다.

100년을 분기점으로 학교는 '올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한 어린이'를 교육 목표로 잡고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어린이 ▷새롭게 생각하며 탐구하는 어린이 ▷스스로 꿈과 끼를 키우는 어린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 등 교육 중점 사업이 진행 중이다.

김영미 교장은 "일찍이 의창소학교로 개교해 숱한 역사의 질곡을 거치면서도 2만명에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학교"라며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배움이 즐거우며 학생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포항 흥해초등학교 전경. 흥해초 제공.
포항 흥해초등학교 전경. 흥해초 제공.

흥해초 교포는 푸른 원과 무궁화, 펜, 벼로 구성돼 있다. 슬기롭고 은근과 끈기로 자라는 어린이, 곡강의 푸름과 씩씩한 어린이들의 영원함, 열심히 학문을 탐구하는 어린이, 지식의 열매를 의미한다. 교목은 이팝나무, 교화는 장미이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으로 학교가 큰 피해를 입어 한때 컨테이너 교실에서 학생 수업이 이뤄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2년 여 동안 진행된 개축공사로 현재는 교육 환경이 정상을 되찾았다.

1950~70년 대 포항 흥해초등학교 학생과 교사의 생활 모습. 흥해초 제공.
1950~70년 대 포항 흥해초등학교 학생과 교사의 생활 모습. 흥해초 제공.
1950~70년 대 포항 흥해초등학교 학생과 교사의 생활 모습. 흥해초 제공.
1950~70년 대 포항 흥해초등학교 학생과 교사의 생활 모습. 흥해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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