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아시안 투어 2022] 파란 하늘 아래 형형색색 날개

100대 넘는 글라이더, 무리지어 비행…스위스 알프스만큼 활공 조건 좋아
"알프스 못지 않은 패러글라이딩 최적지 문경, 세계에 알릴 것"

색색깔의 글라이더 수십대가 무리를 지어 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다. PWCA제공
색색깔의 글라이더 수십대가 무리를 지어 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다. PWCA제공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100대가 넘는 색색깔의 패러글라이더들이 무리 지어 하늘을 나는 환상적인 풍경이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문경 단산 문경활공랜드에서 펼쳐진다.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프로급 선수들이 문경에 모여 기량을 겨룬다.

문경시와 경상북도는 '문경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아시안 투어 2022'가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문경 단산 문경활공랜드 일원에서 개최된다고 13일 밝혔다. 스위스와 견줄만한 웅장하고 빼어난 산세를 가진 문경에서 13년 만에 국제 규모의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다시 열리는 것이다.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8일간 문경에서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아시안 투어가 개최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8일간 문경에서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아시안 투어가 개최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세계 수준의 패러 최적지 문경

언제부터인가 패러글라이딩이 사람들에게 친근한 레포츠로 자리매김 했다. 2인승 탠덤 체험(전문 파일럿이 조종하고, 승객이 앞에 앉아 하늘을 나는 체험을 해 볼 수 있는 형태)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체험 장면이 등장하기도 해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꼭 한번 해봤으면 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패러글라이딩을 꼽을 정도다.

사실 패러글라이더는 하늘을 자유롭게 새처럼 날고 싶다는 인간의 꿈을 가장 가깝게 실현한 형태다. 공중에서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의자 형태의 하네스를 착용하고 끈으로 연결된 글라이더가 바람의 압력을 받기 시작하면 정말 한 마리 새처럼 맨몸으로 하늘에 두둥실 떠올라 창공을 가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패러글라이딩이라고 하면 탠덤 체험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고작이다보니 산 정상에서 이륙해 착륙하는 정도라고 여기지만, 패러글라이더는 사실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해 점차 성능을 높여가고 있다. 글라이더 제작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안정성은 높이고, 체공시간과 거리는 길어지는 것이다. 자연의 바람과 상승 기류만을 사용하는 무동력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2~3시간에서 길게는 8~10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전문 선수들은 이처럼 바람과 상승 기류를 이용해 50~100km 거리를 누가 더 빠르게 날아가는가를 겨루는 '크로스컨트리'(장거리) 방식으로 기량을 가린다. 그 날의 기상 상황에 따라 경기위원회가 결정한 몇 개의 턴 포인트를 정확하게 도달한 뒤 골까지 누가 더 빨리 가는가를 점수로 환산하는 것이다.

전 세계 패러글라이딩계의 산 증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송진석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장(진 글라이더 대표이사)은 "수십 년 전에는 하늘에서 특정 지점의 사진을 찍어 턴 포인트 도달을 확인하는 고전적 방식을 썼지만, 요즘은 장비가 발달하면서 GPS장치를 통해 누가 어디쯤 얼마만큼의 고도로 날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경은 이 같은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치르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졌다. 크고 높은 산들이 첩첩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스위스 알프스 못지않게 활공조건이 우수하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은 국제항공연맹(FAI)이 공인하는 국제대회가 단 1건도 열리지 못했고, 이렇다 할 국내대회도 중단된 상태였다. 천혜의 환경을 그냥 두고만 본 것이다.

송 회장은 "문경은 비단 국내 파일럿 뿐 아니라 전 세계 파일럿들이 모여드는 네팔 포카라 혹은 스위스 인터라켄처럼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곳"이라며 "문경의 신산업으로 패러글라이딩을 육성하기 위해 문경시와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그리고 진 글라이더가 힘을 합치기로 하고 지난 7월 28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지역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인도 즐겨 찾는 명소될 것

색색깔의 글라이더 수십대가 무리를 지어 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다. PWCA제공
색색깔의 글라이더 수십대가 무리를 지어 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고 있다. PWCA제공

오는 15일부터 8일간 개최되는 '문경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아시안 투어 2022'는 그 첫 번째 성과다. 패러글라이딩월드컵협회(PWCA)가 주최하고, (사)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 문경시, ㈜매일신문사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22개국에서 126명이 참가 신청을 마쳤다.

송 협회장은 "보통 이륙 이후 본격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여기저기 열 기류를 탐색하며 글라이더들이 이륙장 주변을 맴돌게 된다. 큰 열 기류 하나에 100대가 넘는 글라이더들이 원을 그리며 빙글빙글 도는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는 1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2일 폐회식과 함께 시상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본격적인 대회는 2일차인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며, 각 날짜의 경기 점수를 더해 종합부, 여성부, 단체부 입상자를 결정한다.

오랜만에 문경에서 국제 규모의 패러글라이딩 대회가 재개되는 만큼 이날 개막식에는 신현국 문경시장을 비롯해 황재용 문경시의회 의장, 정창룡 매일신문 대표이사, 임이자 국민의힘 상주·문경 지역구 국회의원, 김학홍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박영서 경북도의회 부의장, 김종훈 대한체육회 명예대사(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대 행사로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문경시청에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VR체험도 마련됐다. 눈에 VR 시뮬레이터 장비를 착용하면 마치 문경 단산 위를 비행하는 듯한 풍경이 3D 입체 영상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한번쯤은 하늘을 나는 경험을 해보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선뜻 탠덤 체험에 도전하지 못했던 이들도 VR을 통해 문경 하늘을 날아볼 수 있다.

송 협회장은 "단순히 엘리트 체육 행사만이 아닌 일반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VR체험을 별도로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8일간 문경에서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아시안 투어가 개최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8일간 문경에서 패러글라이딩 월드컵 아시안 투어가 개최된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올해 대회를 시작으로 문경시는 앞으로 문경활공랜드 국제화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2024년에는 국제항공연맹(FAI)이 주최하고 대한패러글라이딩협회가 주관하는 제1회 아시안-오세아니아 챔피언십 대회 유치가 확정됐다. 카테고리 1급 스포츠 행사로 세계 각 국이 선수단을 파견해야 하며, 선수단 퍼레이드와 함께 국기 입장식 등이 필수적으로 개최돼야 하는 큰 규모의 국제 행사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내년에는 프레(PRE)대회가 개최된다. 송 협회장은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인 만큼 준비가 잘 돼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FAI관계자들이 참석해 대회 준비 과정을 점검하는 것"이라며 "문경시와 경북도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해 보이겠다"고 밝혔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문경 단산활공장은 한때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등 전국 최고의 활공 명소로 사랑을 받아왔지만 문경시가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인 발전에 소홀했던 부분이 있다"면서 "이번 월드컵 아시안 투어와 함께 앞으로 예정된 2개의 국제대회를 통해 다시 문경이 세계적인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국내외 선수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뇌리에 각인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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