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으로 불어넣은 생명력…김결수 개인전 ‘노동과 효과’

30일까지 갤러리 오모크

갤러리오모크 전시장 전경.
갤러리오모크 전시장 전경.

전시장 중간에 대형 볏짚이 놓였다. 논 다섯마지기 규모에서 수확 후 남겨진 볏짚을 켜켜이 쌓아올려 만든 대형 사각 큐브다. 바닥에는 미니 볏짚 큐브 2천 개가 놓였다.

작가가 7일간 온도, 습도 등 환경을 조절해 정성 들여 눈을 틔운 볍씨 싹이 대형 큐브 5면과 미니 큐브를 채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볍씨의 발아는 더욱 속도를 내고, 볏짚 속에 묻어온 다양한 포자들에서 이름 모를 식물들도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갤러리 오모크(경북 칠곡군 가산면 호국로 1366)에서 김결수 개인전 '노동과 효과(Labor&Effectiveness)'가 열리고 있다.

노동과 효과는 김 작가가 그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천착해온 주제다. 그는 낡고 버려진 것에 긴 시간 반복됐을 누군가의 고된 노동이 담겨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삶의 현장에서 잔해를 찾고, 작가의 정신을 더해 결과물을 얻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그는 "작업에 쓰인 재료들은 단순한 물질적 형태가 아닌 시공간적 기록을 의미한다"며 "지난한 노동의 흔적이 담긴 작품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결수 작가가 전시장에서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김결수 작가가 전시장에서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이전 작업이 타인이 사용하다 버린 도구에 작가의 정신을 투영하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연물에 작가의 노동을 투입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앞선 방식은 생명력을 잃었지만 최근 방식은 오히려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작가는 "볏짚이 비록 생명을 다한 재료지만 나의 손길에 의해 새로운 생명으로 순환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작들에서 누군가의 노동을 훔쳐 왔다면, 최근작에는 자연적인 산물들이 선택된다. 인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시점을 '영원한 순환'으로 확장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생명의 순환이다. 노동을 통해 볏짚과 볍씨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본질적인 예술의 의미를 찾고 있다.

그는 "사실 단순한 노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사실 두드러진 시각적 효과를 주진 않는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저 노동의 흔적으로 남겨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노동의 흔적이 결국 예술가의 여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54-971-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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