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우성호 씨의 직장동료 고 방덕열 씨

"인생 선배로서 많은 것 느끼게 해주고 몸으로 협동 실천했던 분"

우성호 씨와 고 방덕열 창고장이 직원들과 약 20년 전 우수직원 선진지견학 프로그램 참가 중 경주 불국사 다보탑 앞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뒷줄 제일 왼쪽이 고 방덕열 창고장,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우성호 씨. 우성호 씨 제공.
우성호 씨와 고 방덕열 창고장이 직원들과 약 20년 전 우수직원 선진지견학 프로그램 참가 중 경주 불국사 다보탑 앞에서 촬영한 사진. 사진 뒷줄 제일 왼쪽이 고 방덕열 창고장,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가 우성호 씨. 우성호 씨 제공.

농협. '농업협동조합'의 줄임말이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아마 그저 '은행 중 한 곳', 그나마 좀 더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은 '농민을 위한 은행 중 한 곳'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농협의 본질은 은행의 업무보다 농민의 삶을 위한 기관이자 단체다. 사전적 의미로도 '농업인이 모여 협동을 통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자신의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하여 만든 농업생산자 단체'라고 돼 있으니 말이다.

나는 농협에서 34년간 근무하고 올해 명예퇴직을 했다. 내가 주로 한 일은 영농현장 일선에서 농민조합원의 권익을 키우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일들이었다. 이런 일들을 34년간 해 올 수 있었던 데에는 '농협'이라는 직장 안에서 좋은 선배를 만난 덕이 크다 하겠다. 그래서 이 분들과의 추억 이야기를 통해 나의 직장생활도 정리해보고 그리움에 대한 마음도 이야기해볼까 한다.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고 방덕열 창고장님이다. 방 창고장님은 농촌지역의 도시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농협의 사업기반을 안정시키는 1990년대 초반에 영농 현장 일선에서 비료창고장으로서 농민조합원의 권익증진과 경제적 지위향상을 기하기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또 농협의 고유이미지를 일선에서 부각시키고 농민조합원들의 필요를 충족해 주신 분이다. 도시농협에서 경제분야, 특별히 지도·구매관련업무를 맡고 있어서 무태, 검단창고 등에서 비료와 농약 등을 판매했다.

매년말 경에 사용기일이 다 돼 가는 농약의 반품을 위해서 시내 농협에서 농약을 수거하기 위해 그 해에는 구미에 있는 동부한농으로 출장을 갔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전 중에 업무가 마무리 돼 시간이 좀 있었다. 그 때 모두 '구미 금오산 구경 갔다가 대구로 돌아가자'고 의기투합(?)이 됐고 나와 창고장님을 포함한 일행들은 곧장 금오산으로 내달렸다.

등산을 위한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있었으니 간식은 커녕 마실 물도 없이 금오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너무 허기져서 힘들기는 했지만 하산 후 들른 돼지갈비 식당에서 정말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 때의 '급 금오산행'은 두고두고 좋은 추억거리가 됐던 것 같다.

또 복지대학, 주부대학의 개강 및 수료식 준비로 가운을 구하기 위해 각 농협에 쫓아 다닐때나 하나로마트에서 배달업무를 할 때도 인상한 번 찌푸리지않고 항상 겸손했던 분이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쯤 건강하던 모습이 폐암진단을 받아 투병 중 사모님과 두 자녀를 남겨두고서 다시 돌아오지 못할 먼길을 가셨다. 그렇게도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하시는 분은 보기 힘들 것이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몸을 생각했더라면 그렇게 빨리 가시지는 않았을텐데 아쉽다. 그야말로 신뢰받으면서 봉사하고 협동하는 농협인의 초상일 듯하다.

올해 농협에서 34년을 근무하고 명퇴를 한 지금 옛동료이자 방 창고장님은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몸으로 협동을 실천했던 분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늘 같이 다니면서 일했던 젊은 시절을 더듬어보니 떠오르는 많은 조합원 어르신들과의 추억과함께했던 시간들이 농협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자긍심을 높이는 순간이다.

그리고 내가 농협에서 일하는 동안 많이 도와주셨던 고 이재문 이사님, 고 구준호 감사님도 떠오른다. 이 분들도 방 창고장님과 함께 그리움으로 남는 사람들이다. 모두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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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문의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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