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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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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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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7년 동안 생활할 때 비행기 탈 일이 참 많았다. 한국을 오갈 때는 물론이고 중국 내 다른 지역을 갈 때도 비행기를 타야했다. 많이 탔던 만큼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떠한 사건이 아닌 착륙 때 들었던 기장의 안내방송이었다.

그때 내가 탔던 비행기는 중국 광저우에서 베이징까지 가는 중국 국내선이었다. 평소 비행기 공포증이 심했던 나는 항상 비행기를 타기 전 조종실 창문으로 살짝 보이는 기장의 모습을 보는 습관이 있었다. 너무 젊어 보이면 초보라는 생각에 불안해했고 나이가 지긋하면 베테랑이라는 생각에 안심하며 타곤 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창문으로 보이는 기장의 모습을 살폈다. 너무나 젊어 보였다. 망했다고 생각했다.

국내선이라곤 하지만 중국 땅이 워낙 넓다 보니 3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를 타야했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이륙할 때는 물론이거니와 공중에서 비행기가 조금만 흔들려도 젊은 기장이 서툴러서 내가 죽어나는구나 하며 두려워했다. 기내식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지만 젊은 기장이 못미더워서 그날은 밥도 먹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길었던 비행이 끝나고 다행히 아무 사고 없이 착륙했다. 착륙 후 비행기가 게이트까지 이동하는 동안 무사히 착륙했다는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이어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평소 착륙 후 기장이 방송을 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나는 젊은 기장이 뭔가 사고를 쳤는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기장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오늘 처음으로 기장으로서 비행을 했습니다. 처음부터 밝히면 승객분들이 불안해하실까봐 이제 말씀 드립니다. 부기장일 때도 이·착륙을 많이 해봤지만 기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다르다는걸 느꼈습니다. 책임감이 컸기 때문인지 무사히 도착한 기쁨이 더 큽니다. 큰 책임감에 걸맞게 더 발전하는 기장이 되겠습니다. 저의 첫 비행에 함께해주신 승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중국말이 서툴러서 정확하게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기장의 방송이 끝나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올 때까지 참 많은 반성을 했다. '내가 무심코 무시하고 판단했던 사람들이 실제로는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진정한 베테랑은 오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순간 자신이 맡은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비행기를 떠올리면 그때 그 초보기장의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6년 전의 일이니까 이제는 베테랑 기장으로서 멋지게 하늘을 날고 있을 그를 생각하며 6년이란 시간동안 나는 하루하루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잘 완수해왔는지, 나 역시 베테랑이 돼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제 펜데믹이 종식되면 비행기를 타러 갈 것이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탑승 전 창문으로 기장의 얼굴을 볼 것이다. 젊은 기장이면 여전히 두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 기장 역시 자신이 짊어진 책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알기에 안심하며 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번에는 아무리 비행기가 흔들려도 안심하며 기내식을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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