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이웃 국가에 대한 부당한 공격으로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범죄입니다."
손성환 전 스웨덴 대사가 21일 대구 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의미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손 전 대사는 30년간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많은 시간을 러시아에서 보냈고 소련 붕괴 당시에도 모스크바에 있었다.
손 전 대사는 ▷푸틴의 오판 ▷미국의 기민한 대응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리더십과 국민 항전 의지 ▷서방의 지원 ▷러시아 군의 무능과 부패 등을 전쟁의 양상을 바꾼 결정적인 요소들로 꼽았다.
세계화의 후퇴와 신(新)냉전의 도래도 이번 전쟁의 중요한 결과 중 하나다. 특히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은 약화된 반면 우크라이나의 유럽 내 비중은 강화됐다. 손 전 대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서구 사회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국제 에너지, 곡물 가격을 폭등시켰다"고 평가했다.
'전쟁이 언제쯤 끝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손 전 대사는 "전쟁을 통해 얻을 실익이 더 이상 없다는 생각에 도달해야 전쟁이 끝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동부 돈바스와 남부 헤르손을 뺏긴 상태다. 러시아에 주고 전쟁을 끝낸다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회복은 힘들어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야 우크라이나도 더 이상 전쟁 실익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휴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한국전쟁처럼 양측의 충돌은 계속될 수 있다. 전투는 협상 과정에서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손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넘보는 순간 러시아도 핵무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한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손 전 대사는 "한반도를 둘러싼 4강(미·중·러·일) 가운데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부담이 없는 나라이며 우호적인 입장이다. 적대 세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군사,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 강국"이라며 "정서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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