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교권 보호 대책의 큰 축은 학부모의 협조다

정부가 학생 징계 기록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교권 보호 대책으로 내놨다. 전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은 정도의 교권 침해 기록을 생기부에 남기겠다는 것이다. 현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교권을 침해할 정도라면 생기부에 징계 기록이 기재된들 변화가 있겠냐는 관측이다. 교권 추락의 핵심을 파고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며칠 전 경북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이 담임 여교사를 때려 교육 당국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체육 시간에 공놀이를 하던 중 동급생의 얼굴을 때린 걸 담임교사가 말리자 자기 편을 왜 안 들어주느냐고 항의하며 교사의 얼굴도 때렸다는 것이다. 열 살짜리의 실수를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하지만 학생을 훈육할 방편이 신고밖에 없었을 교사의 입장을 생각하면 착잡해진다.

지난해 발생한 교육 활동 침해 건수는 2천269건. 이 중 10건은 수사기관 고발로 이어졌다. 방학을 제외하면 매달 200건 이상 교권 침해가 있었다는 얘기다. 교육 현장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이 즉시 신고하는 건 아니다. 학생의 앞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직업적 윤리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권 침해에 직면했을 때 교사들은 생애를 부정당하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한다. 장기간 잠복해 있는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것이다. 학생 인권이 강화되는 사이 교사들의 열정은 식어간다.

정부가 내놓은 학생 징계 기록 생기부 기재는 강력한 교권 방어막으로 보기 힘들다. 다만 사회적 약속을 배워 가는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울타리가 스승에 대한 인격적 공격마저 감내하는 곳이 아니라는 걸 가르쳐 줄 필요는 있다. 아울러 생기부 기재뿐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교사들은 가정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도 모르겠다는 식의 방임은 교육 환경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학부모가 교사를 우습게 보면 아이가 교사를 존경할 리 없다. 하루 이틀 노력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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