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기능경기 양장 금메달 이정형 씨 "세계 대회에서도 1위하고 싶어요"

친누나 양장점에서 일 시작, 가게에서 먹고 자면서 배워
"신장 이식 몸 상태 회복세, 더 나은 2023년맞이 준비"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에 있는 자신의 수선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이정형 씨. 이화섭 기자.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에 있는 자신의 수선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이정형 씨. 이화섭 기자.

"아유, 사실 크게 자랑할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대구 수성구 신매시장에서 '명동 옷 수선'이라는 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이정형 대표는 가게 밖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살짝 부끄럽다는 듯 겸손한 말투로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9월 21~22일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서 이 대표는 양장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 가게 앞과 근처 골목에 걸린 현수막은 이 대표의 친구들과 신매시장 상인회에서 제작해서 달아준 것이다.

이 대표는 신부전증으로 인한 신장장애 2급의 장애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주일에 세 번 씩 신장투석을 받아야 했을만큼 중증의 신부전증을 앓고 있었던 이 대표는 지난해 4월 신장 이식을 받았다. 몸 상태는 이식 이전보다 나아졌다지만 아직 신장의 기능이 정상인의 50% 안팎에 불과한 상태다.

"신장 투석을 시작한 게 2016년부터였어요. 아프기는 한 해 전부터 아팠는데 갑자기 코피가 터지고 혈압이 너무 높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동네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 가 보라'고 그러고, 종합병원에 갔더니 중증 신부전증 판정을 받았지요. 그 이후 계속 신장투석을 받아야 했어요. 신매시장에 들어온 것도 아내가 일하는 곳과 가까운 곳이어서 들어온 거죠."

1979년부터 양장 일을 시작, 경력 44년의 이 대표는 신매시장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대구지역 여러 곳에서 정장 등 양장 제작과 수선 일을 해 왔다. 양장 일을 배운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젊은 시절 서울에서 한복 단추 만드는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일을 하다 건강이 나빠졌고, 그래서 친누나가 일하는 대구의 양장점에서 함께 일을 했다. 이 대표는 "당시는 먹고 살기 힘들 때였으니 자연스럽게 일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며 "가게에서 먹고자고 하면서 일을 배웠고 그게 평생의 직업이 됐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양장 일만 해 온 그에게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출전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다들 기술자들만 모이기 때문에 대회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패턴과 지시사항을 지켜가면서 칼라, 소매, 포켓 등 작은 부분까지 모두 신경쓰지 않으면 입상이 쉽지 않다. 그래서 약간의 차이로 1, 2위가 갈린다.

"처음에는 입상하면 수선 가게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전했죠. 2017년부터 나갔는데 계속 2위를 했어요. 약간의 차이 때문에 1, 2위가 갈리다보니 늘 아쉬웠죠. 대회가 끝나면 부족한 부분을 계속 되짚고 고쳐나가려 애썼고, 그러다보니 지난해에 처음으로 대구시 경기에서 1위를 했어요. 그러다가 전국 경기에서 1위를 했어요. 기분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지요."

신장 이식과 전국 장애인기능경기대회 금메달을 받은 이 대표는 더 나은 2023년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신장 이식 후 투석 안 하는 것만 해도 훨씬 편하다"고 말하는 이 대표의 건강도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어보니 소박해 보이지만 어려운 것 하나와 커 보이지만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것 하나를 이야기했다.

"일단은 제가 운영하는 수선 가게가 잘 운영되는 거죠. 그리고 세계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해서 1위 해 보는 것도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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