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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물갈이론에 대한 TK 국회의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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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나는 TK(대구경북) 국회의원이다. 나는 '막장 공천' 논란이 있었던 3년 전 21대 총선에서 우여곡절 끝에 공천을 받았다. 국회의원 자리는 예상보다 달콤했다.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세비, 입법 활동비, 정치 후원금 등 금전적 혜택이 상당하고 철도와 항공기 이용 등에서 특권도 많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나를 상전으로 떠받든다. 언젠가 모 국회의원이 조문한다고 벗어 놓은 구두를 해당 지역 군수가 정리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국회의원 해 보니 와전은 아닌 듯하다. 지방선거 공천권이 사실상 해당 지역 국회의원에게 있으니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이제 1년 뒤면 22대 총선이다. 다시 공천을 받아야 하는데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 "TK 현역 의원의 절반 이상 교체"해야 한다는 응답이 88%에 이른다는 여론조사를 봤다. 지역 언론에서 물갈이론이 자주 거론되고, 얼마 전 홍준표 대구시장도 "눈치만 보는 재선 이상 의원 전원 물갈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총선 때마다 TK 현역 의원 물갈이론이 나온다. 2008년 18대 총선~2020년 21대 총선까지 국민의힘 계열 정당 소속 TK 국회의원 교체율은 평균 44%였다. 3년 전 총선에서도 현역 의원 10명이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불출마했다. 내년 총선에도 TK가 낙하산 공천의 집중 표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한편으로 물갈이론이 이해는 된다. TK가 보수의 본산이자 국민의힘 최대 주주이지만 'TK 금배지'들은 내가 봐도 존재감이 없다. 이번 3·8 전당대회만 보더라도 TK 현역 의원 가운데 당 대표 출마자는커녕 최고위원 주자도 없다. 눈치만 볼 뿐 자기 정치를 못 한다. 그래도 25명 TK 국회의원들이 똘똘 뭉치면 누구도 무시 못 할 정치적 세력이 될 텐데도 모래알이다.

다선 의원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구심점 역할을 하는 국회의원이 안 보인다. 예전에는 김윤환·강재섭·최경환 같은 대선배가 좌장 역할을 해 TK 국회의원들을 소집해 지역 현안을 챙기고 친목도 다졌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제 팔 흔들기식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TK 정치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 할 수 없다. '무늬만 TK'인 인사를 위한 막장 공천이 자행되면 유권자가 준엄하게 표로 심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당만 보고 맹목적으로 지지해 주니까 중앙 정치판에서 TK를 만만히 보고 마음대로 내리꽂는다. 내년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낙하산 정치인들이 지역에 뿌리를 잘 내릴 가능성은 낮다. 그러면 결국 다다음 총선에서 다시 물갈이론이 나올 것이다. 악순환이다.

나도 한때 지역민 많이 만나고 지역 현안 열심히 챙겼다. 하지만 그것이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서울에 신경을 더 썼다. 틈날 때마다 서울에 올라가서 중앙 정치판 실세에 눈도장 찍는 게 훨씬 효과적임을 알게 됐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 의원들이 적지 않다. 정치 생명 연장의 꿈은 달콤하다. 나는 또 당선되고 싶다. 공천권을 행사할 실세와 연결할 줄을 애타게 찾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서울행 KTX에 오른다.(위 내용은 필자가 이리저리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서 쓴 것이며, 본 칼럼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등은 실제와 유사하더라도 우연의 일치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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