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으로 일어선 청년, 이제 이웃사랑 나눔…본지 보도 박시현 씨

독거노인에 매주 반찬배달 박 도담푸드 대표
2013년 매일신문 '이웃사랑' 보도 덕 학업 마쳐
"이웃사랑, 이제 제가 되갚을 차례죠"

박시현 도담푸드 대표는 매주 3번씩 생활이 어려운 가정 15곳을 돌며 무료로 반찬 배달을 하고 있다. 도담푸드 제공
박시현 도담푸드 대표는 매주 3번씩 생활이 어려운 가정 15곳을 돌며 무료로 반찬 배달을 하고 있다. 도담푸드 제공

어릴 적 매일신문 이웃사랑(2013년 3월 27일 보도)을 통해 도움을 받았던 소년이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다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반찬 정기구독 사업을 시작한 박시현(29) 도담푸드 대표는 2020년부터 3년 넘게 생활이 어려운 가정을 위해 일주일에 3번씩 직접 만든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5곳으로 시작했지만 벌써 15곳이 넘는 집들이 박 대표의 음식 솜씨를 맛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등으로 규칙적인 식사가 어려운 환경이다.

반찬 무료 배달은 누가 시키거나 도와달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순전히 박 대표의 의지로 시작된 일이다. 그는 "어릴 적 제가 받았던 이웃사랑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것"이라며 "2019년 7월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나보다는 이웃을 위해 봉사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 '이웃사랑' 덕에 학업 계속돼

박 대표의 유년기는 회색빛에 가까웠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힘든 생활고를 겪은 탓이다. 아버지 박기남(67) 씨는 당뇨 합병증 등으로 늘 건강이 안 좋았고 어머니 김미향(60) 씨는 아버지의 간호와 생계를 병행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가장 큰 위기는 박 대표가 20살이 되던 2013년에 찾아왔다. 당시 수성대학교 호텔조리과 입학을 앞두고 있던 그는 남들처럼 캠퍼스의 낭만을 기대하기는커녕 학교를 관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박 씨가 간암 선고를 받으면서 시한부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병을 낫게 할 방법은 간 이식밖에 없었고 고민 끝에 어머니 김 씨가 이식을 결정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부부의 간 이식 수술비용, 후유증 치료 비용 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표는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학교는 사치로 느껴졌다.

박 대표의 자퇴를 막은 건 주변 이웃들의 도움이었다. 박 대표의 사연은 지난 2013년 3월 27일 매일신문 정기기획 코너인 '이웃사랑'에 실렸다. 보도 이후 후원금이 모였고 그 돈으로 무사히 수술비를 낼 수 있었다.

한 차례 비극을 이겨내자 이후 박 대표 가족들의 삶은 바뀌었다. 당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아버지 박 씨는 지금도 건강한 상태로 지내고 있고 어머니 김 씨도 대학생의 꿈을 이뤘다. 남편의 수술이 끝나고 지난 2013년 한 전문대학의 사회복지전공에 입학한 그는 이후 영동대학교(현 유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로 편입해 2017년에 졸업했다. 그는 지금도 아들과 함께 틈틈이 이웃사랑을 실천 중이다.

"아직까지도 저희 가족끼리는 전화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어요. 옛날부터 아버지가 아프실 때마다 서로에게 전화하는 바람에 지금도 전화벨 소리만 울리면 걱정부터 되거든요. 늘 그때를 생각하면서 지금의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박시현 도담푸드 대표의 가족 이야기가 실렸던 2013년 3월 27일 매일신문 이웃사랑 보도
박시현 도담푸드 대표의 가족 이야기가 실렸던 2013년 3월 27일 매일신문 이웃사랑 보도

◆ 받을 사랑 이제는 나눌 차례

우여곡절 끝에 수성대학교 호텔조리과를 졸업한 박 대표는 이후 여러 식당을 다니며 조리 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조리직업학원에서 훈련교사로 근무하며 후배들을 키워내기도 했다. 공부도 계속했다. 어머니 김 씨와 함께 영동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20년 동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7월 '도담푸드'를 창업한 그는 200여 명의 구독자에게 매주 3번씩 반찬을 배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직원들도 있지만 메뉴 선정부터 조리까지 박 대표가 직접 나서며 열정을 쏟는다.

사업이 점차 커지면서 그가 반찬을 무료로 배달하는 가정도 덩달아 늘고 있다. 그는 성서노인복지관, 본동종합사회복지관에 이어 신당종합사회복지관과도 소통하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고 있다.

박 대표는 이웃들의 사랑 덕분에 본인이 무사히 학교를 마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에 제가 무료 배달을 해드리는 어르신 한 분이 반찬가방에 너무 고맙다는 편지를 한 통 넣어 놓으셨더라고요. 그 편지를 보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아직 회사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회사 규모를 키워 더 많은 분들게 반찬을 대접할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할 겁니다."

박시현 도담푸드 대표
박시현 도담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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