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7일 원내대표 임기 만료를 앞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구갑)를 29일 오전 국회 본관 239호에서 만났다. 최근 6년 동안 '의회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원내대표를 세 번(바른정당 포함)이나 역임하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지휘봉을 내려놓는 표정은 별명인 유발승(有髮僧) 답게 차분하기만 했다.
-지난해 주호영 비대위 붕괴 이후 원내대표를 다시 맡게 된 연유는 무엇인가?
▶당헌·당규를 바꿔 또 비대위원장이 되면 법원에서 재차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있었다. 당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묘안으로 원내대표 얘기가 나왔다. 법원이 정진석 비대위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을 하면 원내대표 대행 체제로 간다는 것이었다. 이는 내가 다시 비대위원장을 겸하는 것이 되기에 법원에서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원내대표로 간 것이 당 체제를 안정시키는 절묘한 수가 됐다.
-독배를 든다는 시각도 있었는데 바른정당을 포함해 세 번째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는 소회는?
▶지난해 당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면 내가 피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다만 국회 운영과 관련해선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표를 해봤으니 다른 사람보다 경험이 더 많았다. 득실을 따지며 개인 욕심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원내대표 기회가 세 번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원내대표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지난 연말 예산안 합의가 아닐까 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예산안이 12월 1일에 무조건 본회의에 상정되고 통과되는 건 여당이 원내 1당일 때야 가능하다. 여당이 1당이 아니면 아무 방법도 없다. 그래서 준예산 가느냐 마느냐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나. 준예산은 헌법에만 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 준예산은 작년에 준하는 예산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인건비 등 법정 비용밖에 지출할 수 없다. 정부가 셧다운되는 거다. 정권이 바뀌고 여야 입장 차가 큰 게 많았다. 쟁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법정 기한을 넘겼지만 준예산으로 가지 않고, 예산안이 통과된 게 가장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
▶직전 원내대표 임기 때인 2020년에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강행을 막지 못한 게 제일 힘들었고 분노스러웠다. 원래 공수처법은 공수처장을 일방적으로 뽑지 못하게 야당 몫 2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민주당이 야당 추천 몫을 2인에서 1인으로 개정하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 공수처가 발족함으로 인해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다.
-용산과의 소통이 중요했을 텐데, TK 대표 친윤계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교감은 어땠나?
▶대통령과는 1994년 대구에서 판사와 검사로 처음 만났다. 필요할 때는 언제나 소통하고 있다.
-주 69시간 근무 논란으로 당정 엇박자 문제가 제기됐는데?
▶주 69시간 근무제는 극단 프레임에 악용될 수 있는 데 대한 대비가 다소 부족했다. 철저히 당이 중심이 돼야 민심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협상 상대로서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직하고 양심적인 사람이다. 다만 안건조정위에 탈당한 무소속 의원을 넣는 것에 대해선 지적하고 싶다. 이 외에는 괜찮은 카운터파트였다. 민주당 전체를 보면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당명만 민주일뿐 민주와 전혀 관계가 없는 정당이다. 대선과 지선에서 계속 지고도 무엇이 문제인지 예민한 분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TK 최다선으로서 TK 신공항 특별법, 군위군 대구 편입법 등 지역 현안은 어떻게 챙겼나?
▶TK 신공항 특별법은 법안심사소위 과정에서 정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자 관련 장관들을 불러 싫은 소리도 해가며 입장을 조율했다. 특히 국방부가 마지막까지 반대를 하자 지역 출신인 이종섭 장관에게 '이러면 앞으로 대구에 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지난 27일 법사위 의결과 30일 본회의 통과를 위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강기정 광주시장에게까지 협조를 요청했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다만 내달 임시국회에선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과 함께 통과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선 신공항이 건설되면 다 될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 신공항을 활용한 산단 조성과 LH를 통한 후적지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 저부터 역할을 다할 것이다.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도 적극 요청할 예정이다. 군위군 대구 편입법도 반대하는 경북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한정 없이 어려운 현안일 수 있었는데 성과를 냈다.
-최근 TK 정치권을 향해 무기력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TK 정치권처럼 장·차관, 검사장, 경찰청장 등을 지낸 후 정계에 입문하면 정치 커리어가 길어봤자 3선까지다. 의회 지도자가 되려면 4선 이상 다선이 돼야 하는데 TK는 평생 정치할 목적과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젊을 때부터 정치한 사람을 잘 선택하지 않는다. 이 같은 충원 방식으로는 TK 정치에 한계가 있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부터 출발해야 한다. 20~30년 투쟁적인 정치를 해온 후보군을 TK가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들도 자신이 지역구 의원이라는 생각과 함께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계획과 목표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당 내 선거에서 TK가 뭉치면 뭐가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이행되지 못했지만 TK 핵심 당원 1만명이 매년 두세 차례 한자리에서 만나 단합할 필요가 있다. TK 정치권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는데 뭉치지 않으면 안 된다.
-TK 신공항 이후 지역의 다음 어젠다는 무엇인가?
▶군부대 이전이 될 것이다. 제5군수지원사령부, 제2작전사령부, 방공포병학교 등 군부대 이전에 물리적인 장애물은 없지만 국방부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최근 장교 지원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군부대마저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면 군심(軍心)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원샷 이전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차적인 이전을 추진해 볼 수 있다. 다만 경북에서 군부대 유치전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는 데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지역 갈등과 유치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원내대표를 보좌한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정희용 원내대표 비서실장에 대한 평가는?
▶송언석 수석은 아주 훌륭히 역할을 다했다. 송 수석에게도 뜻을 키우라고 자극을 준다. 정희용 비서실장도 듬직하게 잘했다. 다만 내가 원내대표가 되면서 지역안배 문제로 박형수 의원이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에 당선되면 6선 반열에 오른다. 정치 로드맵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무슨 로드맵을 가지고 정치하지 않았다. 그냥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니 다른 길이 열렸다.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지만 내년 총선에서 우리 당이 1당이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국회 등원 19년차인데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인가?
▶계영노겸과 요익중생이다. 계영노겸은 가득 차서 넘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고 땀 흘려 열심히 일해서 목표를 달성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익중생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의미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정직하고 정도를 걷는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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