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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모르는 게 약'을 아는 게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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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대덕문화전당 공연전시기획담당 주무관

최윤정 대덕문화전당 공연전시기획담당 주무관
최윤정 대덕문화전당 공연전시기획담당 주무관

진실을 알게 되어 고통스러워진 드라마 주인공이 자신보다 큰 어른인 한 노파에게 이렇게 묻는다. "할머니, 모르는 게 약이예요, 아는 게 힘이예요?" 그러자 노파는 이렇게 말한다.

"이 녀석아, 모르는 게 약인 걸 아는 게 힘이다."

2017년 JTBC에서 방영된 '그냥 사랑하는 사이'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이다.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잔잔하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준 작품으로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다. 특히 '모르는 게 약인 걸 아는 게 힘'이라던 노파(나문희 분)의 현답은 무릎을 탁! 칠만큼의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모르는 게 약인 걸 안다는 건 무엇인가? 어떻게 보면 그냥 말장난으로 보일지 모르겠다. 모르면 모르는 거고, 알면 아는 거지 모르는 걸 안다는 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필자 나름의 정의는 이러하다. 그 뜻은 결국 '다 안다는 것'.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꼭 무한한 듯이 넓다. 아직도 이 지구, 아니 이 대한민국 안에서도 필자가 전혀 모르는 세계는 존재한다. 또 반대로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인간의 뇌는 수 천 테라(tera)의 용량을 갖춘 슈퍼컴퓨터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본능적으로 습득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딪히는 '무지(無知)'의 순간으로 실수와 좌절을 거듭하기도 하고 그 실수와 좌절은 또 다른 '아는 것'의 밑거름이 된다.

그야말로 선(善)순환이다.

물론 필자도 애써 '모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몰랐으면 좋았을 순간들 말이다. 모두가 말하는 '모르는 게 약'인 것들. 그렇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모르는 게 약'인 것은 진짜 '약'이 아니라는 걸. 무지(無知)로 덮어두면 나에게 생채기를 내지 않을 뿐이지, 그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 과연 그것이 '약' 일까?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그것은 그저 팩트(Fact)다.

그렇기에 우리는 모르는 걸 '약'으로 여기지 말고 모르는 게 약인 걸 '아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모르고 싶다'는 나약한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이고 '아는 걸' 모르는 척 할 수 있는 지혜를 키워 소위 말하는 현자(賢者), 큰 어른이 되는 것. 슈퍼컴퓨터처럼 모든 지식에 통달하지는 못해도 누군가에게 말 한마디로도 힘을 줄 수 있는, '그냥 사랑하는 사이' 드라마 속 노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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