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니어존이라니 기가 막힙니다."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이어 노인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 카페가 등장해 시민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로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버이날이었던 지난 8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노시니어존 카페 등장'이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이 공유됐다. 사진 속 카페는 '노시니어존(60세이상 어르신 출입제한)'이라는 문구가 출입문에 붙어있었다. 글을 게시한 글쓴이는 "무슨 사정일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봐 무섭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대구 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43) 씨는 "동네에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경우 반말을 하시거나 들어드리기 어려운 부탁을 할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난감하다"며 "어떤 이유에서 노시니어존을 표시했는지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시니어'에 해당하는 중장년층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구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김모(71) 씨는 "모든 노인이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며 "노인 세대를 불편하고 쓸모없는 사람들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밝혔다.
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던 시민 김모(68) 씨도 "밖에 나오면 공원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식당이나 카페도 노인을 반기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며 "앞으로도 노인을 기피하는 가게가 늘어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특정 연령대나 직업에 따라 출입을 제한하는 '노◯◯존'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는 노키즈존이 논란이 된 이후 중고등학생들을 거부하는 '노스쿨존', 장시간 앉아 공부하거나 일하는 사람들을 받지 않는 '노스터디존', '노워크존' 등이 생겨나 논란이 됐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에 대해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 행위"라며 해당 사업주에게 13세 이하 아동을 이용대상에서 배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 조치는 권고 사항일 뿐 법적 강제성은 없다.
전문가들은 노시니어존 등이 차별을 조장해 사회적 통합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각 세대가 자기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 배타적 태도를 취하면서 노시니어존 등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세대 간 서로 잘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모든 세대가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필요하고 법적 규제보다는 윤리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할 때 문화적으로 성숙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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