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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 중국 전랑외교, 그 무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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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용 논설주간
김해용 논설주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우리나라 야당 대표 면전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싱 대사를 초치하는 등 항의 표시를 했다. 주권국으로서 당연한 대응이다.

중국 외교관이 대한민국에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6년 12월 천하이 당시 중국 외교부 부국장은 한국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THAAD) 배치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라고 했다. 2021년 6월 당시 왕이 외교부장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에게 "미국 장단에 휩쓸리지 마라"며 훈계까지 했다.

중국 외교관들의 무례한 태도는 악명이 높다.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를 가리키는 용어로 '전랑외교'(戰狼外交·늑대 전사 외교)가 있다. 이 말은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2'에서 유래됐다. 이 영화가 내세운 슬로건은 "중국을 모욕하는 자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도 반드시 응징한다"이다.

이 슬로건대로 중국은 자기 뜻에 배치된다 싶으면 상대국을 향해 보복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는 뿌리 깊은 중국 특유의 '복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는 '군자가 원수를 갚는 것은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라는 격언이 있다. 중국인들은 부모를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으며, 장작더미 위에서 자고 쓸개를 맛보더라도(와신상담·臥薪嘗膽)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여긴다.

그나마 인(仁)과 예(禮)를 앞세우던 유교적 질서마저 공산국가 건국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파탄이 나고 국수주의와 민족주의가 강해지면서 주변국을 향한 갑질이 다반사가 됐다. 땅은 넓은데 하는 행동은 소인배스럽다. "소국이라 부르기엔 땅이 넓고, 대국이라 부르기엔 속이 좁다"라는 조롱이 괜히 나왔을까.

중국 중심주의를 도그마로 삼은 전랑외교가 파열음을 내지 않을 리 없다. 세계 곳곳에서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다. 21세기 들어 중국은 외교 때문에 나라 이미지가 오히려 깎이고 있다. 문제는 그 부작용을 보면서도 중국이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부 분열·불만을 잠재우고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랑외교를 조장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중국은 예전에 자신들의 속국이라 생각했던 나라에 대해 특히 더 고압적이다. 대한민국을 그렇게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강대국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주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선 넘기에 대해서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만 만만히 보지 못한다.

싱 대사 발언 파문 와중에 드러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처신은 유감스럽다. 일개 대사가 한 나라의 주권을 희롱하는 그 자리에서 명색이 제1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사실상 '들러리'를 서면서 심기를 맞춰 줬다. 이 대표는 싱하이밍 대사의 무례한 발언을 제지하거나 항의 표시를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외교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데 어떻게 제1야당 대표로 앉아 있으며 대권을 꿈꾼단 말인가.

아울러, 반복되는 중국 경제 보복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2021년 현재 21.9%나 되는 대중국 교역 비중은 비정상적으로 높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수반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이 수치를 1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외교도, 경제도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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