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천 산사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자연재해" (종합)

"전국 산 맡고 있는 산림청, 기상이변 못 따라가"…제도 재정비 절실
기상이변으로 국지성 집중호우 예측 불가…근본 재정비 할때
윤석열 대통령·이철우 도지사, 예천 피해 미증유 사태 시각…새 재난 시스템 강구해야

예천 감천면 진평리 산사태로 실종된 70대 여성이 18일 낮 12시 10분 구조건에 의해 발견돼 소방당국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예천 감천면 진평리 산사태로 실종된 70대 여성이 18일 낮 12시 10분 구조건에 의해 발견돼 소방당국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17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한 마을의 산사태 현장이 초토화된 모습이다. 지난 주말 집중호우로 이곳에서만 사망자 5명, 실종자 1명이 발생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7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 한 마을의 산사태 현장이 초토화된 모습이다. 지난 주말 집중호우로 이곳에서만 사망자 5명, 실종자 1명이 발생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는 국지성 폭우 등 최근 발생하는 기상이변 재해방제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예천 폭우 피해 현장을 둘러 보고는 "처음 보는 자연재해"로 규정, 산사태 등 재난 시스템 개선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날 예천 폭우 피해 현장을 둘러본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종류의 산사태였다"며 재해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산사태 취약지역 어떻게 지정되나?

18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산사태 취약지역은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산림보호법에 따라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를 막아 국민의 생명과 재산,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 지역을 정해 관리하는 것이다.

태풍·집중호우 시 인명·재산피해 우려가 있는 지역, 급경사지나 무입목지(나무가 없는 곳),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급경사지나 대형 산불 피해지 등 위험이 높은 지역을 찾아 집중 관리하기 위한 사전 단계라 할 수 있다.

흔히 산사태는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원인으로 산지 일부 비탈면이 일시에 붕괴되는 것을 이른다.

경북에서 집중호우 결과로 나타난 산사태는 '토석류'에 가깝다.

산사태 취약지역을 평가할 때는 산림청이 관리하는 산사태 위험지도 등 자료를 토대로 ▷산림청 주도 기초 조사 ▷관할 기초지치단체 현장 실태 조사(연구용역) ▷전문가 검증을 거쳐 위험도를 분류한다.

실태조사는 ▷피해 가능성(15점·피해 이력 등) ▷지형(25점·사면 및 유역 지형 등) ▷위험인자(30점·붕괴지 여부, 산림 현황 등)를 평가하고, 산사태 안정해석 평가(토석류 경우 확산 시뮬레이션 평가)로 마지막 30점을 매긴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100점(A등급·위험)에 가깝다.

평가 결과 A(67~100점), B(34~66점) 등급 지역은 지자체장이 취약지역으로 지정·고시한 뒤 사방댐(토사가 흘러 내려가지 않도록 인공구조물·식물로 만드는 댐)을 조성하는 등 사방사업을 벌인다. 이후 산사태 가능성이 낮아지면 취약지역에서 해제한다.

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군 장병들이 실종자 수색 및 복구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 현장에서 군 장병들이 실종자 수색 및 복구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산사태 취약 기준 현실과 동떨어져

경북 지자체들은 현행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기준과 절차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처럼 전에 없던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지역은 피해 이력이 없을 수밖에 없고, 산림청 혼자서 전국 산의 형질과 구조를 일일이 파악해 위험도를 매기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실제 예천군의 이번 피해 마을들은 산사태 취약지역 대상에 오른 적도 없었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하고 있었으나, 이걸로도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림청 '2022년 전국 산사태예방 종합대책'에 따르면 국내 산사태 취약지역 2만6천923곳 가운데 경북이 4천832곳으로 가장 많았다. 2위 강원(2천744곳)보다도 1.8배 많다.

잦은 산불로 산사태 위험도 커진 상태다. 지난해 3월 22일 기준 전국 산불 피해면적 2만2천235㏊ 중 1만6천770.8㏊가 경북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경북 산지사방 조성 면적은 17㏊에 그쳐 서울(30㏊), 전남(25㏊), 강원(23㏊), 경남(20㏊)보다 훨씬 적었다. 사방댐, 계류보전(유속을 줄여 토사 침식을 막는 것) 등 다른 대비도 경북이 가장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전국의 산사태 취약지역 대상지가 너무 많아 지정 절차 진행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북 한 시·군 관계자는 "산사태, 특히 집중호우 결과로 재발할 수 있는 토석류 피해를 막으려면 위험도 평가 기준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산림청이 나서기 전에 각 시군이나 산림조합이 앞장서서 산사태 위험지역 지정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지정에 드는 기간을 단축해 사방공사를 과감히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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