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 타는 지구' 사람 잡는 폭염…경북서 주말 밭일하던 노인 6명 사망

장마 끝나자마자 농사일 서둘러…불볕더위 속 온열질환 피해 비상
30일 2명 사망, 4명 치료…예천·문경 각 1명 사망, 봉화 90대 여성 병원 치료 등
29일에도 경산·상주·문경·김천 각 1명씩 숨져…온열질환 응급의료 신고도 8건
장마 끝나니 대구경북 전역 '폭염특보'…행안부, 폭염 3대 취약계층 대응태세 주문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30일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30일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 '불타는 지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물폭탄'을 쏟아낸 장마가 물러나고 찾아온 무더위에 온열질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에서만 29, 30일 폭염 속에서 농사일에 나섰던 고령의 노인 6명이 숨졌다.

30일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인명피해가 6건 발생했다. 2명이 숨지고 4명이 병원 치료 중이다.

이날 오후 2시 9분쯤 경북 예천군 감천면 관현리에서 80대 남성 A씨가 풀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오후 2시 8분쯤엔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에서 오전 8시쯤 밭일을 나갔던 90대 남성 B씨가 길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후 2시 5분쯤 봉화군 봉화읍 문단리에서는 90대 여성 C씨가 밭에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출동한 구조대가 확인한 체온은 41.5도로 나타났다.

전날에도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29일 오후 9시 58분쯤 경산시 자인면의 한 밭에서 D(71) 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같은 날 오후 1시 28분에는 상주시 이안면 참깨밭에서 수확하던 90대 노인 E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같은 날 오후 5시 8분쯤 문경시 영순면에서 밭일을 하던 80대 여성 F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날 오후 4시 7분 김천시 농소면 과수원에서는 80대 여성 G씨가 목숨을 잃었다.

29일 경북에서는 모두 8건의 온열질환 의심 응급의료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2시 25분 청도와 오후 2시 49분 경주에서도 각각 80대, 90대 여성이 밭에서 쓰러져 숨졌으나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오랜 장마에 밀린 농사를 돌보려다 갑자기 닥친 폭염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됐다.

안동시가 폭염피해 예방을 위해 스마트 그늘막 추가 설치 등에 나섰다. 안동시 제공
안동시가 폭염피해 예방을 위해 스마트 그늘막 추가 설치 등에 나섰다. 안동시 제공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30일 오전 10시 울릉도와 독도에는 폭염주의보가, 이를 제외한 대구경북 내륙 전역에는 폭염경보가 각각 발효됐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이거나 더위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각각 발령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국립기상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29도만 넘어도 건강에 악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낮최고 기온이 29도를 웃돌 때 1도 더 오르면 사망률이 15.9% 높아지고, 뇌졸중 사망자가 2.3~5.4%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3대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공사장 야외근로자, 논·밭 고령층 작업자, 독거노인 등을 집중 관리하는 등 폭염 대응태세를 갖출 것을 전국 지자체에 요청했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폭염 속 숨지거나 치료받은 이들에 대해서는 의사 진단 및 질병관리청 최종 판단에 따라 온열질환 사망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라며 "두통, 어지럼증, 구토 등 온열질환 징조가 보이면 재빨리 그늘진 곳으로 가서 쉬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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