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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가 이하 주류 판매 가능해졌지만, 정작 소매점은 시장 교란 우려

편법 매입 후 덤핑 판매로 시장 과열에 치킨 게임하라는 것

대구 시내의 한 편의점 주류코너. 매일신문 DB.
대구 시내의 한 편의점 주류코너. 매일신문 DB.

국세청이 최근 음식점과 마트 등 소매점에서 술을 공급가보다 싸게 팔 수 있도록 물꼬를 텃으나 정작 지역 도·소매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격경쟁을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늘려 물가 안정을 꾀한다는게 정부 의도이나 정작 시장에서는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한국주류산업협회와 한국주류수입협회 등 주류 단체에 "소매업자는 소비자에게 술을 구입 가격 이하로 팔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발송했다. 안내문은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술 덤핑 판매, 거래처에 할인 비용 전가 등을 제외한 정상적인 소매처의 주류 할인 판매는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세청은 주류 가격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의 편익을 늘리고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 이같은 방안 고안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 할인을 유도해 물가 상승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업체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주류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의 편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방침에 대해 소매점들은 마냥 달갑지 않다. 중구 한 중식당 관계자는 7일 "인건비 등 여러가지를 생각하면 주류 판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분위기만 조장돼 오히려 사업장을 힘들게 할 것"이라며 "식당마다 상황이 다른데 다른 식당과 비교당하며 결국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구 동성로 한 요리주점 대표는 "동성로의 경우 술값 경쟁이 일어나 경쟁이 붙을 수 있겠지만, 결국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안줏값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달라질 것도 없거나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겉보기에만 좋은 보여주기식 정책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대구 남구의 한 마트 대표는 "중간상인이 편법 매입을 통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한 뒤 덤핑 행사를 진행하다보면 결국 시장 교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팔다 보면 결국 시장이 과열돼 치킨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차라리 권장소비자 가격이나 도매가 이하 판매 금지 등에 대한 방침 등은 유지하는 편이 옳다"고 강조했다.

대구 한 주류도매상 대표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량만 늘어난 수치를 갖고 공급 단가나 다양한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가격이 흔들리면 결국 도매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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