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재녕 대구 남구문화원장이 그리는 고 박준식 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마음 열고 많은 것을 말하고 들을 수 있었던 분이었는데…이제는 제 곁에 없으시네요"

고 박준식 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생전 모습. 고 박준식 교수 가족 제공.
고 박준식 계명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의 생전 모습. 고 박준식 교수 가족 제공.

교수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이재녕입니다.

교수님이 세상을 떠나신 지 벌써 8년이 됐습니다. 교수 재직 시절때 자주 교수님 연구실도 찾아가서 차 한 잔 하고, 함께 만나 식사도 하고, 저희 집에도 오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많이 생각납니다. 돌아가시기 한 두달 전만 해도 만나서 식사도 같이 했고, 입원하실 때만 해도 전화로 "퇴원하면 꼭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돼 버렸습니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더 자주 찾아뵙고 병석에 계실 때에도 제대로 병문안을 갈 걸 하는 후회가 몰려옵니다.

2001년 대구민학회를 창립할 때 교수님을 처음 만나뵈었습니다. 전공은 문헌정보학이었지만 우리 문화에 대한 엄청난 지식을 갖고 있으신 분이라는 걸 아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우리 문화 뿐만 아니라 전통차와 미술에도 조예가 깊으셨고, 사진 또한 전문가 못지 않은 솜씨를 자랑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특히 탑(塔)에 대해서도 전문가 보다도 더 조예가 깊으셔서 남구문화원의 의뢰로 '신라 석탑의 예술세계'라는 저서도 발간했었지요. 남구문화원에서 답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한국의 탑'에 대한 답사를 갔을 때 교수님은 논과 밭, 들판에 흩어져 있던 기단석만 남았거나 다 허물어져 가지만 고대의 문화를 알 수 있는 탑을 보여주셨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 그 자리를 계속 지켜온 석탑과 그걸 알아본 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또 차(茶) 문화에도 관심과 지식이 많으셔서 계명대 대학원장 시절 '차문화전공'을 만드셨고, 이를 학과 단위로 만드려고 노력하셨지요. 대학원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결국 차문화전공을 학과로 만들지는 못하셨지만 만약 '차문화학과'가 만들어졌다면 계명대학교가 대구지역을 넘어 우리나라의 전통차문화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기억하는 교수님은 항상 반듯하고 풍부한 지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조언과 지적을 해 주시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40대 초반에 남구문화원장을 맡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교수님의 조언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됐었습니다.

특히 말씀 한 마디에 저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었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할 때는 듣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이 크게 느껴졌었습니다. 교수님이 "이 원장,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여쭈어보시면 저는 저 나름대로 답변을 했었고, 그 대답에 대해 교수님은 너무나 친절한 모습으로 좋은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따지고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마음이 맞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랬기에 인간적으로 제가 교수님께 많이 의지했음을 느낍니다. 특히 요즘처럼 갤러리를 열고, 지역 문화와 관련된 일들을 할 때마다 부족한 점을 짚어주시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교수님의 말씀을 더 이상 들을 길이 없어 허전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음을 열고 많은 것을 말하고 들을 수 있었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제 곁에 없으시네요. 하늘이 훌륭한 사람은 빨리 데려간다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저희 곁을 떠나셔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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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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