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고 전쟁'은 옛말? 대구銀, 대구시 금고 '독식' 이어갈 듯

대구시 금고 지정 재공고에 대구은행, 농협은행 지원
"대구은행 아성에 낮은 수익률로 시중은행 참여 저조"
대구시 16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 지정 타당성 심의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북구 침산동 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매일신문DB

지방은행 최초로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DGB대구은행이 이번에도 대구시 1금고를 유치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 내 탄탄한 입지 덕분에 도전자로 나서는 곳이 없기 때문.

15일 대구시는 "시 금고 지정 계획을 재공고한 결과 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이 1금고, 2금고에 각각 지원했다"고 밝혔다. 시는 6월 2개 금고 지정 계획을 처음 공고했으나, 신청 금융기관이 금고별 1곳에 그쳐 지난달 재공고를 냈다. 현행법상 지방자치단체는 계약을 체결할 때 이를 공고해 일반경쟁입찰에 부쳐야 하고, 재공고 입찰에도 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부산시 금고 쟁탈전에 뛰어드는데 대구시 금고 입찰만 조용한 점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대구경북은 대구은행'이라는 아성이 공고해 이를 뛰어넘기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고를 유치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을 대표하는 은행'이라는 상징성"이라면서 "자치단체 금고지기가 지방은행 전유물이고 시중은행이 마냥 불리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구의 경우 점포 수와 지역사회 공헌도 등 측면에서 대구은행이 우세하다 보니 공격적으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출혈 경쟁을 해야 하는지 회의가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금고 업무 수익성이 낮은 것도 시중은행이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반응이 나온다. 공공재정 연구기관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전국 지자체 공공예금 이자수입 비율은 평균 0.73%. 세수는 유동성이 크고 장기 운용하기 힘들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게 금융업계 전언이다.

은행별 자치단체 금고 점유율 추이를 보면 점차 시중은행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도 감지된다.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금고 지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은행별 금고 점유율은 농협은행(58%), 신한은행(7.0%), 대구은행(6.0%), 광주은행·국민은행(각 4.6%)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금고 점유율 상위 5곳은 농협은행(58.2%), 신한은행(6.4%), 우리은행(6.1%), 대구은행(6.0%), 광주은행(4.6%)이었다. 이 중 시중은행이 차지한 비율을 비교해 보면 지난해 12.5%에서 올해 11.6%로 소폭 줄었다.

2019년 개정된 '지자체 금고 지정 기준'도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이 자금력을 내세워 금고 유치 경쟁을 벌이자 행정안전부는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기준을 개정, 협력사업비 배점을 4점에서 2점으로 낮췄다.

한편 대구시는 이달 16일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고 지정 타당성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치단체 장이 내년 1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4년간 금고 운영권을 맡길 은행을 결정하게 된다.

현재 1금고는 대구은행이, 2금고는 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시가 처음 금고를 지정한 1975년부터 줄곧 1금고를 맡아 왔다. 예치 규모는 1금고가 10조8천억원(93%), 2금고가 8천500억원(7%)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